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숨진 23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3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숨진 서울 중구의 ㄴ아파트는 그의 남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곳이었다. “너무 황망하네요.” 오전에 ㄴ아파트로 달려온 임영탁씨는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 의원 남동생의 친한 지인인 그는 “비보를 듣고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노 의원은) 절대 이런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노 의원은 숨지기 전날인 22일까지 여야 원내대표단의 미국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4박5일 일정을 마친 노 의원은 22일 오후 4시50분께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노 의원의 가족과 지인,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으로 돌아온 노 의원은 자신의 집에 잠시 들른 뒤 이날 저녁 6시께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를 찾았다. 그는 여야 원내대표단의 미국 방문 전에도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들렀다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입국한 직후에도 30분가량 어머니의 병원에 머무른 노 의원은 이날 저녁에도 ㄴ아파트를 한 차례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남동생을 만나지 않고 돌아갔다.
다음날인 23일 아침 노 의원은 정의당 상무위원회 준비를 위해 국회에 잠시 들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전 9시30분에 예정된 상무위원회에서 노 의원은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 것과 케이티엑스(KTX) 승무원들의 복직을 축하하는 발언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이 말을 육성으로 하지 못했다.
오전에 국회에서 빠져나온 노 의원은 다시 남동생이 사는 ㄴ아파트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남동생의 아파트 마지막 층에서 투신해 오전 9시38분께 경비원 김아무개씨에게 발견됐다. 경비원 김씨는 119에 신고한 뒤 바로 노 의원의 손목을 짚었지만, 맥은 뛰지 않았다. 경찰은 이 아파트의 마지막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노 대표의 겉옷과 정의당 명함 등 소지품과 함께 3통의 유서를 발견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노 의원은 남동생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노 의원 동생의 부인인 ㄱ씨는 “어제 (노 의원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만났을 때도 특이한 행동을 한 것은 없었다. (오늘도) 집에 오신다는 말은 없었다. 병원에 있다가 텔레비전 뉴스 속보를 보고 소식을 알게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져 병원에 입원한 노 의원의 어머니는 24일 퇴원할 예정이었다. 노 의원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왜 동생의 아파트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가끔씩 노 의원을 아파트에서 본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어머니를 만나거나 서울에 머물 때 종종 이 아파트를 찾아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이날 오전 10시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약 3시간 동안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며, 낮 12시25분부터 25분 동안 검안을 실시했다. 경찰이 검안을 마무리한 오후 1시께 노 의원은 구급차에 실려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정의당 관계자 등을 불러 노 의원의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직전 노 대표의 행적 등을 파악 중”이라면서도 “유족들이 원치 않고 사망 경위에 의혹이 없어 부검은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민영 임재우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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