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을 압박해 퇴직 간부들을 ‘특혜 채용’시킨 정재찬(62)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61) 전 부위원장이 구속됐다.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신영선(57) 전 부위원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정재찬 전 위원장 및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이날 밤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에 대해 “범죄혐의가 소명되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다만 신 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다툴 여지가 있으며, 현재까지의 수사경과와 수집되어 있는 증거들의 내용 및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정 전 위원장 등에 대해 기업 채용업무 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세 사람은 공정위 재직 때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운영지원과를 통해 4급 이상 퇴직자 10여명을 대기업 등에 재취업시켜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입사한 공정위 퇴직자들은 별다른 업무도 맡지 않고, 제대로 출·퇴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운영지원과를 통해 2010년께부터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위한 퇴직자 관리 방안’이라는 문건을 생산해 퇴직자와 대기업 매칭을 계획·실행해 왔다. 운영지원과에서 작성해 사무처장·부위원장·위원장에게 각각 보고된 이 문건에서 공정위는 기업 압박의 목적이 ‘불필요한 인력을 기업으로 빼내 내부 인사적체 해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정위의 퇴직자 ‘추천’ 방식도 퇴직에 가까운 ‘연령순’대로 단독 후보자를 자신들이 요구한 직위에 심는 등 민간기업을 사실상 산하 기관이나 내부 조직 다루듯 했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또 해당 문건에는 ‘국장급(2급) 퇴직자’→‘고문’, ‘과장급(3∼4급) 퇴직자’→‘임원’, ‘무보직 서기관(4급)’→‘부장’이라는, 이후 그대로 실행된 도표 형태의 계획도 등장한다. ‘고시(5급) 출신→2억5천만원, 비고시(7·9급) 출신→1억5천만원’ 식으로 퇴직자의 연봉뿐 아니라 채용 직급까지도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김 전 부위원장은 영장심사 출석 포기 의사를 밝히고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전 부위원장은 업무방해 혐의 외에 2013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취업제한기관’인 한국공정경쟁연합회의 회장에 재취업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와 2016년과 2017년 현대차 계열사에 자신의 자녀들 채용을 청탁해 취업을 성사시킨 혐의(뇌물수수)도 함께 받는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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