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7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긴급 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을 겨냥한 보수진영의 비판이 거세다. 시간당 8350원으로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이 도화선이 되어 정책 전반이 논란이 되는 모양새다. 최저임금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개편,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와 전문가들의 진단을 살펴본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 초기 절대적 지지를 얻은 정책이다. 취임 100일 즈음인 지난해 8월 <한겨레>가 한국리서치에 맡겨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오른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4.4%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1년 사이 여론은 큰 폭으로 변화했다. 7월20일 나온 한국갤럽의 정기조사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이 ‘적정하다’가 42%, ‘낮다’가 14%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의견이 절반을 약간 넘었다. 반면 반대 의견인 ‘높다’는 응답은 34%였다. 같은 기관의 1년 전(2017년 7월) 조사와 비교하면 ‘적정하다’(55%)와 ‘낮다’(16%)를 합친 지지 여론이 15%포인트 하락한 반면, 반대 여론은 11%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역시 같은 조사에서 최저임금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45%에서 31%로 떨어졌지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28%에서 45%로 뛰어, 최저임금을 둘러싼 기류 변화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최근엔 영세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등 부정적 여론의 강도가 더욱 세지는 모양새다.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의 ‘주범’이 최저임금 인상인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산입범위 확대를 고려해 계산하면 내년도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2.7~7.4%에 그친다. 이 정도면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의 평균 인상률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공포’와 달리, 실제 인상 폭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반대 여론이 거세진 것은 “영세 자영업자나 한계상황에 처한 중소기업을 고려한 조처가 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하청 거래 구조를 개선하고 임대료를 규제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몫을 확실히 보장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갑질’이 작동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탓에 최저임금 인상이 ‘을과 을의 다툼’으로 변질됐다는 얘기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 위기에 처한 노동자 교육·훈련, 일자리 제공이 같이 가야 하는데 각 정책이 개별적으로 움직여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지난달 초 한국갤럽 조사에서 종부세를 ‘현재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51%로, ‘낮춰야 한다’ 11%,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27%보다 절대적으로 높았다. 종부세의 주요한 목적이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종부세를 좀 더 올려서라도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때의 경험에서 비롯된 ‘종부세 트라우마’ 탓에 종부세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당시 민심이 이탈한 것은 종부세 자체가 아니라 정책 혼선으로 인한 ‘개혁 실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로 종부세 논란이 처음 시작된 2004년 11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종부세 찬성 의견은 86.9%로 압도적이었다.
경제 불안감을 앞세운 보수진영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기조를 조준하고 있다. 저소득 불안정 노동자의 시장소득을 개선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게 소득주도성장이고, 이를 뒷받침할 핵심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다. 보수진영은 최근 여러 경제지표가 악화된 원인이 이런 정책 탓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론은 보수 세력·언론의 길들이기 공세다. 문재인 정부가 방향성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김성희 교수)고 지적했다. 지금의 위기가 소득주도성장 기조 때문이라는 진단은 틀렸으며, 이 기조를 유지하되 거시·복지·노사·자영업·중소기업·공정거래 등 여러 정책의 유기적 연관성을 고려해 세심하고 정교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큰 그림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혁신이나 산업정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경제위기론이나 사회정책 실패 진단을 내리는 것에도 선을 그었다. 강신욱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본격적인 사회정책 프로그램은 시행되지도 않았다. 대부분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는데 정책이 실패했다고 섣부르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홍식 교수도 “지금 나타나는 소득불평등과 빈곤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문제가 누적된 결과인데 문재인 정부 탓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여론과데이터센터장, 송진영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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