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청와대 앞 길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 위원장의 농성은 이날로 18일째다.
서울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청와대로 향하는 도로는 아침부터 한껏 달아올랐다. 한뼘짜리 나무 그늘은 바닥부터 끓어오르는 열기와 사방에서 밀려오는 더운 바람을 막지 못했다.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열기로 바짝 마른 그 길 위에서 지난달 16일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한 단계 높아진 날이었다.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한 조 위원장의 단식농성은 2일로 벌써 18일째를 맞았다. 폭염에 맞설 수단은 농성장 한켠에 놓인 선풍기와 식수가 전부다. 하루 12시간 이상 숨조차 쉬기 힘든 더위와 싸우는 사이, 그의 이완기 혈압(최소혈압)은 ‘고혈압 2기’ 수준에 해당하는 100mmHg를 오르내렸다. 각막이 말라붙었다가 찢어지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도 조 위원장은 각막 보호를 위해 내내 선글라스를 껴야했다. 앞서 6월18일 농성을 시작한 전교조 중앙집행부도 조 위원장 곁에서 46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에도 장기간 단식 농성을 벌인 바 있다.
2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집행부.
이날 조 위원장은 <한겨레>와 만나 “이전 정부의 적폐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직접 설치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법률 검토를 거쳐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를 권고한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이행만 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이전 정부의 사법농단과 ‘노조 죽이기’ 시도의 결과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으로 나타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를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적폐청산 개혁 기구의 권고를 대부분 그대로 수용했는데, 유독 고용부만 적폐를 해소하라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의 ‘권고’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1일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며 고용노동부에 ‘즉시 직권취소’나 ‘(법외노조 처분 근거였던)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2항을 삭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같은날 김영주 장관은 “‘시행령 9조2항’ 삭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원론적 태도를 보이는 데서 그쳤다.
전교조는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조 위원장은 “정부가 직권취소 권고를 즉각 이행하는 것이 대통령의 약속인 ‘노동존중사회’로 나가는 길”이라며 “더위가 물러갈 때쯤 전교조 문제도 모두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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