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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 배제한 검사, 국가가 배상해야”

등록 2018-08-03 12:04수정 2018-08-03 14:10

항소심 무죄 판단 근거 된 증거 제출 안 해
재판부 “‘객관의무’ 위반…2600여만원 배상” 판단
서울 서초동 대법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서초동 대법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사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국가가 피고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206단독 신상렬 판사는 현아무개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에 대해 “국가가 2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4년 8월 성인게임장을 운영하던 현씨는 게임기에 ‘연타 기능’을 불법 추가했다는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수원지방법원은 현씨에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게임기는 개조·변조되지 않은 게임기로 보이고, 유죄를 인정할만한 증거도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받은 게임기 감정 결과가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사실 게임물관리위원회 감정 결과는 검찰측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자료였다. 2014년 6월 현씨를 조사하던 경찰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게임기의 개조·변조에 관한 감정 의뢰를 신청했고 ‘게임기를 확인해본 결과 등급분류를 받은 내용과 다른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감정 결과를 경찰로부터 전달받은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감정 결과가 전체 게임기 50대 중 1대를 대상으로 한 것에 불과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감정 자체도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공범의 진술만으로 현씨를 기소한 것이다. 항소심을 거쳐 무죄를 확정받은 현씨는 “검찰이 기소 당시 증거를 배제한 것은 고의적으로 이를 은폐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검사가 ‘객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객관의무’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할 뿐 아니라,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도 옹호해야 한다”는 검사의 의무를 뜻한다.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를 발견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법이 정한 검사의 당연한 의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는 게임기의 개조·변조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직접적·객관적·결정적 증거다. 검사의 증거 제출 누락 행위는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여서 검사의 ‘객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해당 감정 결과는 증거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법원에 제출해 증거로서 가치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증명하면 될 일이지, 아예 판단 대상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현씨가 126일의 구속 기간 동안 게임장을 운영하지 못해 입은 손해, 정신적 피해 등을 따져 2천6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산정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객관의무를 소홀히 해 국민의 무고한 인권을 침해했고 그 기간 동안 현씨의 인격적 가치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항소심이 사실조회를 하기 전까지 감정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의 정도가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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