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2015년 11월23일 서울 저동 세월호 특조위 사무실 앞에서 ‘특조위 해체’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엘에이치·LH) 직원들을 압박해 1천억원이 넘는 택지를 특혜 분양받는 데 가담한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고엽제전회 간부들이 법원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사기, 배임수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형규(68) 회장에게 징역 8년에 추징금 22억9천여만원을 선고했다. 김성욱 사무총장은 징역 5년·추징금 2억9천여만원, 김복수 사업본부장은 징역6년·추징금 6억4천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에 돈을 건네고 아파트 시행 사업권을 챙긴 ㅅ건설회사 대표 함아무개(59)씨는 징역 8년·추징금 154억5천여만원을 선고받았고 25억4천여만원을 몰수당했다.
재판부는 이형규 회장에 대해 “1997년부터 20년간 고엽제전우회 총회장 지위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장악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갈 행위를 지시했다”며 “이씨는 반성한다면서도 폭력은 함씨의 주도라며 책임을 미루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검찰의 최초 기소내용만 인정하고 추가로 밝혀진 배임수재액은 증거가 뚜렷한데도 부인하고 있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2월 이 회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장 등은 2013년 엘에이치가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아파트 1만2700평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함아무개(구속)씨와 짜고 함씨가 대표로 있는 ㅅ건설회사를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으로 소개했다. 이 회장 등은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에 '특혜 분양'을 요구하면서 엘에이치 사무실을 점거한 뒤 농성을 벌였다. 소화액과 인분을 사무실에 뿌리고 흉기를 들고 알몸 난동도 피웠다. '선친 묘소를 찾아가겠다'는 협박을 받은 엘에이치 직원은 묘소에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해야 했다.
고엽제전우회의 압박을 받은 엘에이치는 ‘국가보훈처장 추천서’를 분양 우선순위로 내걸어 ㅅ건설에 위례신도시 아파트터를 1836억원에 분양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고엽제전우회가 200억여원의 이득을 챙기고 이 회장 등은 수억원을 가로챘다고 봤다. 이들은 비슷한 수법으로 경기도 오산시 오산세교지구 아파트단지 택지도 분양받은 혐의를 받았다.
고엽제전우회 특혜 분양 의혹은 지난해 11월 <한겨레>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 14일 “고엽제 전우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명의의 추천서로 대규모 아파트 터를 특혜 분양받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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