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가 법무·검찰 내 감찰시스템이 피해자 신고의지를 꺾거나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전면적인 개선을 권고했다. 이와함께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후배검사를 성추행한 진아무개 전 검사 등에 대한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감찰라인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9일 ‘제6차 권고’를 통해 지난 5∼6월 법무·검찰 내 성적 침해 행위 관련 감찰 및 징계 사건 110건 등을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 마디로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이 권고에서 대책위는 현행 법무·검찰 감찰시스템에 대해 “피해자의 신고의지를 꺾거나, 2차 피해를 유발하고, 가해자 격리 조치의 미흡 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현격히 부족했다”며 “사건 기록의 구성 및 보존의 부실함, 피해자 조사 녹음파일의 유실, 중징계 사안임에도 가해자 직위해제의 의무규정 부재, 중징계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사건의 중단과 가해자의 사직서 수리 사례의 존재 등 신뢰성 있는 절차로서 기능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찰시스템 전면 개면 △감찰 업무에 대한 외부 감독체계 상시화 △후배검사 성추행 사건에 대한 감찰 중단 의혹 사건 신속 수사 등을 권고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성범죄·성희롱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으로 감찰관·감찰본부장에 퇴직한 검사가 주로 임명된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감찰관·감찰본부장 추천위원회에는 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전문성을 검증하도록 했다.
또 사건 축소·은폐를 막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정감사반을 구성해 감찰·징계 사건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도 내놨다. 형사상 성폭력 혐의가 구체적으로 소명되고 중징계 사안에도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가 사건처리를 중단할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징계절차를 별도로 진행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와함께 대책위는 강제추행 등 형사상 성폭력 범죄에 해당하는 사안에서 피해자의 형사처벌 의사 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성범죄 친고죄 폐지(2013년 6월19일) 이후에도 범행을 형사입건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2015년 서울남부지검의 진아무개 검사, 김아무개 부장검사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특히, 대책위는 ‘감찰라인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 2015년 대검·서울남부지검 감찰라인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남우)가 수사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검찰에서 발생한 조직 내 성범죄에 대한 대응과정에서의 전형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며 “ 최근 ‘검사 성추행 진상 조사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사단(단장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에서 (진 전 검사의)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음에도 당시 형사입건조차 되지 않았고, 전격적인 가해자의 사직과 피해자의 사건 중단 의사표시로 사건이 종결되었기에 그 처리과정에서의 위법여부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2015년 ‘감찰라인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진태 검찰총장, 김수남 대검 차장, 이아무개 감찰본부장, 장아무개 감찰1과장, 김이무개 부장검사, 오아무개 남부지검장(이상 당시 직함) 등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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