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에게 범행을 재연하도록 하는 현장검증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앞으로 경찰은 현장검증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더라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할 계획이다. 다만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유가족 등에게는 현장검증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피해자의 형사 절차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공개 현장검증은 피해자의 피해 과정 등이 노출돼 2차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고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범행 재연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범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또 시시티브이 등 영상 감시 장치의 발달로 재연 없이도 범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도 늘어나고 있어 현장검증이 불필요한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에 범행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가급적 지양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청은 이런 권고를 받아들여 시시티브이 범행 영상, 피의자의 자백 등 이미 확보돼 충분히 범죄 증명이 가능한 때에는 범행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범죄 입증을 위해 불가피하게 현장검증이 필요할 경우에는 제한된 필수 인원만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사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거나 장소 노출이 불가피할 때, 비공개할 경우 안전사고 등 발생이 우려될 때에는 관할 경찰서장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질서유지선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처를 한 뒤 현장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