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기자
현장에서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사석에서 선배였던 여정남씨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환갑을 바라보는 유 의원이 떠올리는 여정남씨는 갓 서른의 젊은이다. 1974년 인혁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이듬해 사형을 당했다.
경북대 출신인 여씨는 당시 26살의 서울대생인 유 의원을 만나 “유신정부에 타격을 가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게 전부였는데도, 젊은 유인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둘 다 몇 대 맞고 나올 줄 알았다”던 그 사건으로 두 사람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너무 오래 걸렸다. 여덟분이 사형 판결 18시간 만에 돌아가신 게 1975년 4월9일인데, 이렇게 오랜 시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박정희 정권 당시 발생한 두 사건이 조작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유 의원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중정에 끌려간 뒤 4년4개월을 감옥에서 지낸 유 의원은 지난 30년을 이렇게 술회했다. “87년 6월 항쟁 뒤 진실이 밝혀질 거라 기대했고, 그 이후에도 민주화운동을 했던 지도자들이 집권을 했기 때문에 세상이 다 아는 진상을 밝히는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특히 유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 때늦었다.”
그는 국정원의 이날 발표가 “용서와 화해를 통해 따뜻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자신이 발의한 사형제 폐지 법안이 통과됐으면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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