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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평화원정대] “안중근 의사도 함께 모시지 못하는 남북 안타까워”

등록 2018-08-15 05:00수정 2018-08-15 07:35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17) 인터뷰 | 김성호 연변대 교수

남북 양쪽에서 공부한 역사학자
“분단 이전 공동역사 기록 못해
안 의사 매개로 인식차 줄여야”
“중국과 대만은 쑨원의 생일과 사망일을 함께 기립니다. 문화 포용력이고 응집력이죠. 그런데 남북을 보세요. 공동으로 모시는 분이 누가 있는가. 문화 포용력이 없는 것이에요.”

지난 9일 중국 지린성 옌지시 연변대 연구실에서 평화원정대와 만난 김성호(67) 교수는 남과 북이 분단 73년이 지나도록 분단 이전까지의 공동역사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뒤집어서 보면 1945년 해방 때까지 공동의 역사를 씀으로써 크게 벌어진 남북 간의 인식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이후의 역사는 통일 뒤 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성호 연변대 교수가 지난 9일 중국 지린성 옌지시의 이 대학 연구실에서 한겨레평화원정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옌지/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성호 연변대 교수가 지난 9일 중국 지린성 옌지시의 이 대학 연구실에서 한겨레평화원정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옌지/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그 과정에 남과 북 모두 항일투쟁사에서 의의를 높게 평가하는 안중근 의사 같은 이들이 매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인식이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 못지않게 안 의사의 의거를 높이 평가한다. 1970년대에 김일성 주석은 안 의사의 조카인 안우생씨를 단장으로 임명해 유해 발굴 관련 조사작업을 벌이는가 하면 1986년엔 뤼순에 직접 유해 발굴단을 보내 조사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우리 민족은 고대사에서는 사대주의 비판, 근대사에서는 황국사관 극복, 광복 뒤에는 분단사관 극복이 필요하다”며 남과 북 모두 분단과 체제경쟁의 틀 안에서 역사를 인식하는 바람에 “협애함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비롯해 광복군, 조선독립동맹 등 남쪽의 항일 독립투쟁 관련 내용을 대폭 보강해야 하고, 남한 또한 김일성 조선독립 항쟁사를 보강하지 않는 한 온전한 역사인식을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 공부한 보기 드문 학자다. 1985~86년엔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에서 1년 동안 연수하며 근현대사를 공부했고, 1993~98년엔 인하대에서 조선근현대사를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남북이 어떻게든 공통분모를 많이 찾아야 합니다. 일제에 반대하고 민족과 나라를 사랑한 분들 모두 다 저세상 갔는데, 민족주의든 공산주의든 민족 의사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평가하지 못한다면 통일을 부르짖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남과 북을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옌지/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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