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전경이 보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백범 김구 등 독립 열사들이 묻힌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가 차원의 민족·독립공원으로 바꾸자는 <한겨레>의 제안(5월31일치 1면)과 관련해 국가보훈처가 효창공원을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백범 등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지은 효창운동장의 철거와 이전도 함께 추진된다.
보훈처는 “내년에 맞는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효창공원을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용산구가 근린(동네)공원으로 관리하면서 사실상 방치돼 있는 독립운동가 묘역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며 국가 차원의 예우를 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보훈처 자문기구인 보훈혁신위원회는 최근 “독립유공자의 정신이 깃든 공간이 아닌 한낱 공원으로 방치되고 있다”며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재조성하라”고 보훈처에 권고했다. 보훈처는 기획재정부와 문화재청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내년에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할 방침이다.
보훈처의 ‘효창공원 성역화 사업 추진방안 등 검토(안)’ 보고서를 보면, “효창운동장 등 이질적 시설 철거 등을 통해 효창공원을 독립공원으로 재구성하겠다”고 돼 있다. 공원 남쪽 부분을 차지한 효창운동장을 철거해 명실상부한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노무현 정부는 2005년 효창공원 독립공원화를 추진했으나, 당시 축구협회의 반대와 야당 서울시장의 비협조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 보훈처는 독립공원 조성에 600억원, 효창운동장을 철거하고 대체 운동장을 마련하는 데 5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23개 독립운동가단체가 속한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이날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며 “신속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효창공원에는 백범을 비롯해 임시정부에서 각각 주석, 비서장, 군무부장을 지낸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의 묘역이 있으며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가 잠들어 있다.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빈 무덤)도 마련돼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