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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23명…40명…9명…세일전자 화재 참사 또 ‘샌드위치 패널’

등록 2018-08-22 16:43수정 2018-08-22 20:35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23명 사망
2008년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40명 사망
2018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9명 사망

대형 화재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샌드위치 패널
알고도 방치한 정부, 2015년 뒤늦게 건축 규제 강화
20여년 늦은 규제에 기존 건축물은 무방비 화재 노출
21일 오후 3시 4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전자제품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21일 오후 3시 4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전자제품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유치원생 등 23명이 숨진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에서 쟁점이 됐다. 하지만 노동자 40명이 숨진 2008년 경기도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참사, 점포 839곳을 태워 재산 피해액이 469억원에 이른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그리고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21일 인천 남동공단 화재까지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반복됐다. 이 화재들의 공통분모로 꼽히는 문제는 바로, 건축물에 사용된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점이다.

21일 오후 3시43분께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에서 난 화재는 45분 만에 초기 진화를 하고도 9명이 숨졌다. 내부 샌드위치 패널과 전자부품이 타면서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가 4층을 순식간에 뒤덮은 것이다. 지상 4층짜리 공장은 불이 난 4층을 제외하고는 9명이나 숨진 화재 현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멀쩡했다. 소방당국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등이 순식간에 타면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 또는 우레탄폼 등을 넣은 건축용 자재인 샌드위치 패널은 불연성 소재에 견줘 2.5~3배 값싼 가연성 소재다. 우레탄폼과 스티로폼 등 석유화학 제품은 불이 나면 기름처럼 빠르게 타는데 이때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검은 연기는 시야를 방해해 신속한 대피를 어렵게 하고, 몇 모금만 들이마셔도 신경계나 호흡계에 손상을 줘 목숨을 빼앗을 만큼 치명적이다.

지난해 6월30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씨랜드 터 인근에서 열린 ‘씨랜드 화재 희생 어린이 18주기 추모제’에서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해 6월30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씨랜드 터 인근에서 열린 ‘씨랜드 화재 희생 어린이 18주기 추모제’에서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샌드위치 패널은 1980년대 후반 처음으로 국내에서 생산됐는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건설 호황기와 허술한 건축법망을 틈타 급격히 유통이 증가했다. 샌드위치 패널 업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제조, 사용량이 많은 곳을 한국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재에 취약한 이 건축자재는 단시간에 급격히 연소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2008년 1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이천 냉동창고는 화재 당시 불과 57초 만에 건물 2층까지 퍼졌다. 고온의 열이 발생할 때 철판 사이의 심재, 즉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이 연소하면서 빠른 속도로 붕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살수 장치인 스프링클러도 샌드위치 패널 화재에 무방비라는 사실이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2011년 한국화재소방학회지에 실린 ‘샌드위치 패널의 화재 시 스프링클러의 초기 진압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보면,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 화재 실험에서 시작 1분 만에 화염이 천장부에 도달하고 6분 만에 천장부가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에서 뿜는 소화수는 화재 억제만 할 뿐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처럼 복합 자재 안으로 침투하지 못해 화재 초기 진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2010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실시한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소방방재청장은 “샌드위치 패널은 건축자재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며 “국토해양부와 관련 기관에 여러 차례 법 개정을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국정감사를 들여다보자.

김정권 당시 한나라당 의원 : 지역의 84%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샌드위치 패널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 . 이중 가연성 단열재인 스티로폼 ·우레탄 패널의 사용이 83%를 차지하고 있으며 , 난연성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 ) 단열재인 글라스울은 17% 뿐이다 . 또한 2009년 11월 안산반월공단의 공장화재 현장 사진을 보면 일반 스티로폼으로 지어진 공장은 전소하였으나 글라스울로 지어진 공장은 이상이 없었다 . 2007년 경찰청 수사 당시 시중 유통 난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70%가 가짜로 밝혀졌으며 , 이는 난연재를 첨가하지 않고 색소만 섞어 외관상 구분이 안 되게 한 것이다 . 관련 사고에 대하여 소방방재청장은 관련 법규를 정비하였는가 ?

소방방재청장 : 현재 관련법이 소방방재청에서 관여할 수 없는 국토해양부 관련 법이므로 정비에 어려움이 있다 . 샌드위치 패널을 건축자재에서 제외시켜야한다 생각할 정도로 샌드위치 패널의 화재 시 문제점은 심각하다 . 국토해양부와 관련 기관에 여러 차례 개정과 회의를 요구하였으나 단가 문제로 인하여 현재까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한국화재감식학회지에 실린 ‘샌드위치 패널용 접착제의 화재 위험성에 관한 연구’를 보면, 2010~2015년 발생한 화재는 모두 15만8450건. 이 가운데 발화 요인에 의한 건물 구조별로 분석한 결과 샌드위치 패널이 7%(1만1099건)을 차지한다.

강당 붕괴 사고로 숨진 학생의 유가족이 2014년 2월18일 장례식장에서 얼굴을 떨군 채 울고 있다. 전날 밤 9시15분께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마우나오션리조트 내 강당이 폭설로 천장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중이던 대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체육관은 50㎝이상 쌓인 눈과 녹아내린 얼음물 등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됐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강당 붕괴 사고로 숨진 학생의 유가족이 2014년 2월18일 장례식장에서 얼굴을 떨군 채 울고 있다. 전날 밤 9시15분께 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마우나오션리조트 내 강당이 폭설로 천장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중이던 대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체육관은 50㎝이상 쌓인 눈과 녹아내린 얼음물 등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됐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형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늦장 대응은 2014년 시작된다. 대학생들이 여행을 갔다 참사를 당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발생 10개월 뒤인 2014년 12월,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에 사용되는 모든 샌드위치 패널은 난연 성능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다. 즉, 가연성 소재인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대신 글라스울 등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만든 샌드위치 패널만 허용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령은 여기서 한 발 후퇴해 일부 창고 건물에 또다시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허락하고 말았다. 2015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창고로 쓰이는 바닥면적 600㎡ 이상 건축물은 난연성 자재를 사용토록 법을 바꿨는데, 이는 기존 바닥면적 3000㎡에서 600㎡로 규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촘촘해진 규제는 환영할 만한 일이나, 여지를 남겨 놓은 개정안으로 인해 편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창고 면적을 쪼개어 샌드위치 패널 사용 허가를 받거나, 창고로 허가를 받은 뒤 실제로는 공장으로 사용하는 사례들이 생긴 것이다.

21일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21일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게다가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돼도 이미 지어진 건축물을 대상으로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샌드위치 패널 건물들은 여전히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건축 자재 특성상 한 번 시공이 되면 품질이나 성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가연성 마감 재료 교체를 유도하자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기존 민간 건축물의 가연성 마감 재료 교체를 유도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지난 3월 대표 발의했다. 화재에 취약한 마감 재료를 방화용 마감 재료로 교체한 건축물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금액을 면제하고, 교체 뒤 5년간 재산세를 경감하는 등의 견인책을 주자는 것이다.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 규모를 확대한 인천 남동공단 화재와 관련해 소방당국은 22일 현장감식을 벌였다. 어느 지점에서 발화가 시작됐는지 등 본격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참에 샌드위치 패널 등 한 번 화재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가연성 마감재에 대한 근본적인 퇴출이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한 번 커지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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