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70억원을,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에게 89억원을 요구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2016년 3월14일 단독면담에서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롯데그룹 현안에 대해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부정한 청탁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은 신 회장에게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구해 청탁과 추가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요구·약속한 때 인정된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2016년 5월 6개 계열사를 동원해 케이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기존 출연금 외에 추가로 지원했다. 이 일로 신 회장은 지난 2월 70억원 뇌물 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와함께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도 ‘명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두 사람 간의 청탁 관계가 ‘묵시적’이라고 한 1심 판단을 다소 변경한 것이다. 재판부는 “2015년 2월16일 단독면담에서 최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자기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가석방과 워커힐 면세점의 특허 취득,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현안을 명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박 전 대통령이 케이스포츠재단 등에 모두 89억원을 요구한 것과 청탁의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로 돈을 건네지 않은 점이 고려돼 최 회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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