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의 노조 설립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30일 교원노조법의 적용 대상을 초·중·고 교사로 제한해 ‘대학교수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교원노조법 조항(2조)에 대해 재판관 7 대 2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효력이 바로 정지되면 초·중등 교원의 노조 설립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며, 오는 2020년 3월31일까지 법의 효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국회는 이때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교원노조법은 노조 설립 주체인 교원을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교원으로 한정해 대학교수를 제외하고 있다. 이에 대학교수들은 교원노조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탓에 노조 설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헌재는 사립대 교수는 물론 국·공립대 교수의 단결권 필요성도 적극 인정했다. 우선 사립대 교수의 경우 “교수 계약임용제 본격 시행, 대학 구조조정, 기업의 대학 진출, 단기계약직 교수, 강의전담 교수 등장” 등 대학 사회 변화를 지적하며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위한 단결권 보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현재의 교수협의회는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대학을 상대로 교섭할 권한이 없다. 교육부 등을 상대로 근무조건에 관한 교섭도 할 수 없다”며 교수노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헌재는 대학교원의 ‘특수성’을 거론하는 반론에 대해서도 “단결권을 인정하되 다른 노조와 달리 강한 제약 아래 두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공립대 교수에 대해서도 급격한 대학 사회 재편 양상을 언급한 뒤 “공무원인 대학교원의 신분과 임금 등 근로조건이 초·중등 교원에 비해 법적으로 강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연구·교육 관련 결정기구인 교수협의회 같은 제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원의 임금 등 지위 향상을 위한 단결의 필요성을 전면 부인하는 것은 합리화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도 단결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5년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은 고용노동부가 노조 설립을 불허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도중 교원노조법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서 심리가 진행됐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이날 “교수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질 높은 대학 교육 자체가 어렵다. 국회가 잘못된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고등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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