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처장 내정에 “또 부산인맥” 논란
한나라당 추천위원 모두 총선 낙천자
시행령 ‘접수 90일안 조사개시 결정’ 조항도 졸속
1일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과거사위·위원장 송기인)가 초반부터 파당성 강한 인사들의 참여와 준비 부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15명의 위원 중 한나라당 추천 몫인 3명이 모두 지난해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했던 사람들로 채워졌다. 사무처장에는 현 정권의 핵심인사들과 친한 설동일 전 부산민주공원 관장이 내정됐다.
또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원 낙천자”-“또 부산 인맥” = 이영조(50) 상임위원(차관급) 등 한나라당이 추천한 위원 3명은 모두 지난해 17대 총선 낙천자들이다. 보수계열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출신의 이영조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나라당 성남 분당갑 공천을 신청했으나 고흥길 의원에 밀려 낙천했다. 비상임위원인 하광룡(48) 변호사와 박준선(39) 변호사도 각각 부산 동래와 충남 논산·금산·계룡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한 경력이 있다.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 대책위원회 김학철 간사는 “하 위원과 박 위원은 대통령 탄핵 때 탄핵 소추위원으로도 일한 사람들”이라며 “최근까지 정치권에 몸담았던 이들을 과거사위원으로 추천한 본뜻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과거사위 관계자는 8일 “송 위원장이 이번주 초 주변 사람들에게 설 전 관장을 사무처장에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공식 임명은 19~20일께 열리는 전원위원회 회의 뒤 공식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처장(1급)은 실제 조사활동을 총괄하는 자리로, 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설씨는 5공 시절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에 연루돼 복역했으며, 이후 부산에서 노동·시민운동을 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이호철 국정상황실장과도 친한 사이다.
“행자부가 주도한 시행령 문제”= 민간기구인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는 6일 ‘과거사법 시행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공청회를 열어 법 시행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희수 변호사는 “시행령에서는 진실규명 신청서 접수 90일 이내에 조사 개시 결정 또는 각하를 당사자에게 통보하도록 했다”며 “이미 100여 건의 조사요구가 접수됐지만 사무처도 구성이 안 된 상태여서 90일 이내는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기간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사건 조사팀을 나눈 점 △위원회 회의 개최를 위한 의사 정족수 규정 미비 등 문제점이 지적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과거청산위원장인 장완익 변호사는 “위원회가 구성되기 전 행정자치부가 민간 의견을 무시한 채 직제와 정원 등을 규정하는 일방적인 시행령을 만들어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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