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 2층 벽면에 걸린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문구의 네온사인. 지난해 5월23일 김정민씨가 촬영했다. 김정민 제공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한 문장에도 저작권이 인정될까? 법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3단독 성기문 판사는 4일 김정민(34)씨가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에 대한 어문 저작물을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해당 문장의 저작권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 문구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 현대백화점에게는 김씨에게 손해배상금으로 300만원을 줄 것을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약 한 달간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문구의 네온사인을 홍보물로 제작해 사용하고, 이를 언론에 홍보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을 확인한 뒤 소송을 냈다. 해당 문구는 김씨가 2009년에 낸 앨범 <1984 청춘집중-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에서 사용한 문구다. (▶관련 기사:
내가 쓴 이 문구를… 대기업 맞선 개인의 저작권 싸움) 당시 김씨는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공정한 이용으로 문화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현대백화점은 오직 자사의 영업이익을 위해 이 문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성 판사는 판결문에서 “저작자의 개성이 창작행위에 나타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용어의 선택이나 전체 구성, 표현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해당 문장은 사상과 표현, 용어 선택에 있어서 독창적인 표현 형식이 포함되었으므로,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어 “피고는 원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상품 판매 공간에 저작물을 게시물 형태로 사용해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했으므로 저작권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소송 내내 예술가의 노동을 증명해 주는 유일한 법인 저작권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본 기회가 됐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재판을 진행할만한 돈과 시간이 부족하기에 더욱 좋은 선례를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산단원고등학교에서 가까운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김씨는 “소송비용을 제외한 손해배상액은 416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 쪽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