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 행사에 참여한 김정아(47)씨가 천막 아래에 차려진 어린이집 체험 공간에서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친구들아, 우리 이제 간식먹자!”
초가을 더위에 아이들을 돌보던 김정아(47)씨의 얼굴이 땀에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8일 오후,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세워진 초록색 천막 위엔 ‘이 곳은 보육교사 체험을 위한 임시 어린이집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천막 아래서 아이들에게 떡을 나눠주던 김씨가 말했다. “다섯명 정도까지는 한 눈에 들어오는데, 아이들이 한 두명 더 늘어나니까 정말 정신이 없네요.” 떡과 바나나를 먹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하나둘씩 겹쳤다. “선생님 저 물주세요!” “선생님 저 밖으로 나갈래요!” 김씨는 “아이들의 요구가 제각각 달라서 정신도 없고 쉴 틈도 없다”며 “보육교사들이 좀 쉴 수 있고,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에게 더 잘 신경써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 행사 모습.
이날 김씨가 참여한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은 전국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렸다. 7월부터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보육사업은 특례사업장에서 제외돼,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보육교사들은 근무시간 도중 1시간의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노조는 “보육교사 1인당 3~20명의 영유아들을 동시에 보육해야 하는 어린이집 인력 구조에서 휴게시간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개정된 법률이 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육교사들이 휴게시간을 10분씩 쪼개 쓰거나, 낮잠시간에 보육일지를 작성하면서 쉬는 등 사실상 ‘가짜’로 휴게시간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는 개정된 근기법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증언이 터져나왔다. 익명으로 진행된 버스킹 행사에서 인천의 한 보육교사는 “제가 일하는 어린이집의 원장은 법이 바뀐 뒤 30분 일찍 퇴근하게 해 줄테니 휴게시간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또 필요할 땐 30분 일찍 출근하도록 강제한다. 결국 노동조건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충남 천안의 한 보육교사도 “한 명의 교사가 쉬려면 다른 교사는 그 시간에 혼자서 2개 반, 최대 40여명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며 “심지어 휴게 시간마저도 아이들 수업일지, 행사계획안 등 각종 서류작업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보육교사들의 휴식이 현실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선 인력 증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김요한 전략조직국장은 “하루 최대 12시간 어린이집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인력충원이 없다면 보육교사들은 계속 ‘가짜 휴게시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보육교사들의 노동강도가 가장 센 점심시간에 가장 많은 교사들이 일할 수 있도록 2교대제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 행사 모습.
글·사진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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