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기로 한 지난해 5월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법원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상'이 보인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여성을 추행한 중국기업 회장의 한국 입국을 불허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중국 국적의 왕아무개씨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입국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왕씨는 중국에 모회사를 두고 있는 ㄱ그룹과 해당 그룹의 한국 지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인물로, 왕씨 전용기의 승무원, 개인 수행비서로 일하던 20대 한국 여성 2명을 각각 성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피감독자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로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성폭행 혐의는 혐의없음 판단을 내렸고 성추행 혐의에 대해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가 국내에서 범죄전력이 없고 경찰 수사과정에서 합의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해 5월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한국 입국 불허 처분을 내렸다. 출입국관리법(제11조1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입국 불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왕씨는 추행 사실 자체가 없고 설사 추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입국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왕씨는 또한 해당 사건이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발생했고 그 죄질이 중하다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입국 불허로 실버타운개발 등 한국 부동산 개발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의 구체적 진술, 원고의 전용기 비행기록, 피해자에 보낸 메시지 등을 종합해봤을 때 “왕씨가 업무상 위력으로 피해자를 추행했다는 점은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출입국 관리에 관한 사항 중 외국인 입국과 관련된 사항은 주권국가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광범위한 정책 재량이 부여된다”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행위는 대한민국의 공공의 안전을 해치고 선량한 성풍속을 해하는 행위로 그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왕씨의 입국을 불허해 얻는 공익이 왕씨의 사익보다 더 크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