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올 5월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무일 검찰총장도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워낙 조직 논리가 강한 게 검찰이라, 검사가 외부에 의견을 발표하려면 사전 승인이 필요했다. 올 1월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 경험을 털어놓고, 5월 안미현 검사가 강원랜드 수사 과정에서 조직 내 부당한 외압을 폭로하자 ‘징계’ 논란까지 불거졌다. 실행되진 않았지만, 안 검사의 경우 징계가 실제 검토되기도 했다. 법무부가 사전 승인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법무부는 최근 검사가 외부로 직무 관련 사항 의견을 기고·발표할 때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만 하면 되도록 검사윤리강령을 개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존 검사윤리강령 제21조는 ‘검사는 수사 등 직무와 관련된 사항에 관해 검사의 직함을 사용해 대외적으로 그 내용이나 의견을 기고·발표하는 등 공표할 때에는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강령은 검사 개인의 자유로운 외부발표를 보장하는 대신, 수사에 관한 사항은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우선 적용해 피의사실 공표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서를 달았다.
이에 따라 검찰 수뇌부와 충돌했던 검사들의 이견이나 문제의식, 내부고발 등이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의 언로를 트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상관의 허락 없이 검사가 외부에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징계가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서지현·안미현 검사의 내부고발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안 검사의 경우엔 소속 당시 김회재 의정부지검장(현 변호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들에게 취재요청서를 보냈다. 또 “사실관계를 더 확인한 뒤 승인 요청하라”는 김 전 검사장 지시를 어기고 기자회견을 강행해 징계가 검토됐지만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로 무산됐다.
다만, 이번 강령 개정에도 내부고발을 곱지 않게 보는 검찰 조직문화가 여전해 법무부 의도대로 언로가 트일지는 미지수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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