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1심 판결을 일주일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공개하며 여론전에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사실관계 쟁점 요약'이라는 반박자료를 지난 20일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반박자료는 △다스 실소유주 문제 △다스 세금포탈 및 비자금 횡령 △다스 미국소송비 삼성대납 △이팔성 등 뇌물수수 등 재판 쟁점에 대한 이 전 대통령측 주장이 담겼다. ‘Q. 대통령이 다스 경영에 참여했나?’ ‘Q 다스는 누가 설립했나?’ 등 56개의 질문과 이에 대한 이 전 대통령 쪽 주장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는데 그 분량만 139쪽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다스 등 뇌물 혐의 관련 내용에 공을 들였다. 이 전 대통령은 반박자료에서 “다스는 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 등의 도움을 받아 설립한 회사”로,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이 전 대통령의 배경이 일조했을지는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설립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검찰은 다스 실소유 문제를 규명하는 데 있어서 금융거래 조회 같은 객관적 증거보다는, 김성우 다스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 등의 진술을 근거로 결론을 내렸다”며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이 이상은에게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만을 근거로 도곡동 땅이 대통령 소유라는 억지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다스 관련 혐의를 ‘깨알 반박’한 내용만 80여페이지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Q.검찰 압수수색 때 이팔성이 메모지를 삼킨 이유는?'이라는 대목에서 “이팔성 비망록을 둘러싼 (압수수색 전후)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메모지를 삼킨 것은 자극적인 언론 보도를 이용해 이팔성 비망록의 신빙성을 높이려 한 검찰쪽 전략이라는 게 주장의 요지다. 이 전 대통령측은 “이팔성은 자신이 압수수색을 당할 것을 미리 알고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압수수색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처벌받을 것을 감수하고 메모지를 삼키려 했다”며 “검찰은 이팔성을 출국 금지하고도 설 연휴를 핑계로 압수수색을 미뤘고 압수수색에서 벌어진 일을 언론에 공표해 자극적 보도가 나오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에 적용된 16가지 혐의 중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공직 임명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포함돼있다. 올해 2월 검찰이 이 전 회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메모지 한장을 입에 넣어 삼키려 했고 이를 제지하던 검찰 수사관이 손가락을 물려 상처를 입는 돌발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전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은 모두 15권인데, 해당 메모지엔 이 전 회장이 이상주, 이상득씨에 건넨 금품 액수가 날짜별로 적혀있었다.
이 전 대통령 1심 선고는 다음 달 5일 예정돼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관련해 349억여원을 횡령하고 삼성그룹 등에서 111억여원의 뇌물을 받는 등 16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6일 결심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 징역 20년,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