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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화 ‘암수살인’ 법정공방…“인격권 침해” vs “허구의 창작물”

등록 2018-09-28 14:26수정 2018-09-28 19:50

유족 “대중의 기억에서 ‘잊힐 권리’ 있다”
쇼박스 “흔한 소재…범죄 피해보다 형사에 초점”
재판부, 이르면 1일 상영금지 여부 결정
영화 <암수살인>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암수살인>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58호 중법정. 법정 왼편의 스크린에 영화배우 주지훈의 얼굴이 비쳤다. 살인범 역할의 그와 피해자가 골목에서 어깨를 부딪쳤고 시비가 붙었다. 순식간에 피해자는 살인범이 휘두른 흉기에 목 등을 찔렸다. 숨진 피해자 주검에 불을 지르는 장면도 이어졌다. 영화 <암수살인>의 일부다. 재판부를 비롯한 변호인, 방청객 10여명이 법정에서 상영된 영화 속 해당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환) 심리로 영화 <암수살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이 열렸다. 배우 김윤석·주지훈 주연의 영화 <암수살인>은 2007년 부산에서 발생한 실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실제 범죄 피해자 유족은 지난 20일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영화를 상영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모두 들어본 뒤 영화의 문제 장면을 관람하는 방식으로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유족쪽 변호인은 “실제 범행 수법, 시간, 장소 등 실제 범행과 영화가 99% 일치하는 만큼 영화가 상영될 경우 유족의 정신적 고통이 우려된다”며 유족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상영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인이 아닌 범죄 피해자와 그 유족은 대중의 기억에서 '잊힐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족쪽 주장을 들어보면, 영화 배급사는 제작 과정에서 유족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유족쪽의 동의를 받거나 협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다투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영화상영을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 유족의 입장이다.

영화 투자·배급을 맡은 쇼박스쪽 변호인은 “제작사가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점은 ‘도의적으로’ 사죄드린다”면서도, 법적으로 유족의 동의를 반드시 얻을 필요는 없다고 맞섰다.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로 발생한 살인 사건은 흔히 쓰이는 영화적 소재일뿐이고,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창작한 허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며칠 동안 영화 <암수살인>에 대한 언론 보도로 범죄 피해 사실이 대중에 이미 알려졌기 때문에 상영을 금지할 필요성이 없다고도 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건물 법원 문양.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건물 법원 문양.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양쪽의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양측과 함께 영화 일부를 법정에서 직접 시청했다. 50여분 동안 영화를 지켜본 유족측은 “시나리오에 나와 있듯 피해자 관련 내용이 영화를 이끌어나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범행 장소와 수법 등이 실제 사건과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족측 변호인은 시나리오만 읽었을 뿐 영화를 시청한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쇼박스쪽은 “해당 영화는 범죄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범인을 쫓는 형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영화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다음 날인 29일 추가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양측에 요청했다. 주말 사이 영화 전체를 시청하고 양쪽 의견 등을 종합해 이르면 1일 상영금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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