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한겨레21>과 함께 두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1948년 7월24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이승만. <한겨레> 자료사진
이른바 ‘혐오의 엔진’으로 지칭되는 ‘극우 개신교’ 또는 ‘애국 기독교’ 결집의 직접적 계기는 2007년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였다. 이후 극우 개신교는 지속적인 (소수자) 인권운동 및 퀴어축제의 현장에서 그 세력을 실체화하고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역시 이 세력을 다시 한번 결집시키는 노릇을 했다. 극우 개신교 세력을 구성하는 여러 조직체들은 내부 결집을 도모하고 내부적 위기를 외부의 적에게 전가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동력으로 삼았다. 결국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19대를 거쳐 현재까지도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의 극우 이념 중심에는 ‘독실한 크리스천’ 이승만이 있다. 이승만은 오늘날 보수 우익 정치 세력 전체를 아우를 뿐만 아니라, 에스더기도운동 네트워크 세력을 비롯한 이른바 ‘극우’ 세력이 재발견한 보수 이데올로기와 국가론적 비전의 기원이다. 극우 개신교인들은 이승만을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주의, 그리고 북진통일로 규정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기독교적으로 세운 인물로 추앙한다. 한국이 미국처럼 애초에 기독교 국가로 세워졌다는 이들의 믿음은 한민족이 ‘이스라엘’ 유태인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선민’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세력을 대표하는 조직체 중에 하나가 바로 에스더다.
보수우익 개신교는 1970~80년대 ‘국가조찬기도회 정치’를 시작으로, 90년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광장정치’와 기독당을 거쳐, 2000년대 역시 기독당과 기독교 뉴라이트라는 ‘전문적 사회운동조직’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2010년 전후 에스더라는 혐오와 차별 기반의 전방위적 세력으로 발전해왔다. 그 과정에서 극우 담론은 상대적으로 좀더 치밀해졌고, 교회와 하위 집단 내의 극우 이데올로기는 강화되어 왔다. 기본적으로 개신교 보수주의는 반공주의와 근본주의를 그 핵심으로 하는데, 최근의 극우주의는 반공주의에 동성애 혐오, 여성 혐오(반여성주의), 이슬람·이주민 혐오(인종주의)를 ‘가짜뉴스’로 추가하며, 혐오와 차별 주장을 공공성 담론으로 포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에스더가 대중에게 유발시키려는 정서는 명확해 보인다.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다. 그 감정을 통한 여론의 동원이다. 극우 기독교 세력은 오늘날 저마다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통의 원인이 사회적 소수자 때문이라고 선동한다. 그들이 만든 가짜뉴스가 그 혐오와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는 셈이다. 가짜뉴스의 반지성주의는 현실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한국 사회의 극우화를 재추동하고 있다.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