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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짜뉴스 학교’ 체험기…6시간 강연 뒤 “열심히 퍼 날라 주세요”

등록 2018-10-02 05:00수정 2018-10-02 10:04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④ 보수의 새 아이콘 에스더
‘에스더 미디어 학교’ 체험기
에스더 본부는 ‘가짜뉴스 훈련소’
댓글 달기 실전 교육
“댓글 다세요” 기사 좌표 찍어
지정된 기사 밑 부정 댓글 빼곡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한겨레21>과 함께 두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극우 기독교 운동단체 에스더 건물. 에스더의 또 다른 이름인 ‘국제교류협력기구’라는 간판이 보인다.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이뤄진 건물은 에스더 소유이며, 에스더가 건물을 통째로 사용한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에스더기도운동 출입문.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극우 기독교 운동단체 에스더 건물. 에스더의 또 다른 이름인 ‘국제교류협력기구’라는 간판이 보인다.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이뤄진 건물은 에스더 소유이며, 에스더가 건물을 통째로 사용한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에스더기도운동 출입문.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은 ‘가짜뉴스 게릴라’ 또는 ‘댓글부대원’ 사설 훈련소였다.

지난 7월24~25일과 8월30일, 수강생과 신도 신분으로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에스더 본부를 잠입 취재했다. 기독교 반공주의 운동단체인 에스더는 난민·동성애 혐오 등의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실제 그곳에선 ‘미디어 선교학교’라는 이름 아래 가짜뉴스 유포와 기사 댓글 달기 강좌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곳은 이른바 ‘난민·동성애·종북세력’과 인터넷 전쟁을 벌이는 말 그대로의 ‘미디어 군사’ 양성소였다.

에스더 본부는 주택가 인근에 있었다. ‘에스더기도운동’이라는 작고 허름한 간판이 4층짜리 건물 입구에 내걸려 있었다. 수강료(3만원)를 내고 강의를 신청했다.

‘미디어 군사’ 강의는 2011년부터 해마다 ‘지저스 아미’ 등 에스더 주관 행사에서 열리고 있다. ‘십알단’으로 유명한 윤정훈 목사가 이 단체에서 미디어 전략을 강의하기도 했다. 에스더는 이 행사를 통해 ‘인터넷 여론 작업’을 해줄 부대원을 양성하고 있었다.

강의 예정 시각이 가까워오자 1층 강의실에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여느 종교행사와 비슷했다. 수강생은 30명 남짓이었다. 대부분 여성이었고 절반 정도는 50~60대 노인들이었다. 동성애 반대 콘텐츠 생산업체 ㅇ사 대표라고 스스로 소개한 김아무개씨가 강단에 올랐다. 그는 “개별녹음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공개하기 힘든 부분도 있거든요. 종북 좌파의 실체라든지….”

속성 교육이 시작됐다. 인터넷 세상에서 여론을 왜곡하는 ‘세력’이 있다고 했다. 보수 언론의 보도를 인용한 김씨는 “북한 정찰총국에 사이버 요원 3천여명이 있다. 이들을 비호하는 ‘종북’ 좌파들에게 종교·사법·문화·정치권력이 장악당했다”고 말했다. 수강생들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김씨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댓글을 달고, 뉴스를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영적 전쟁의 최전방은 인터넷이다. 스마트폰 가지고 있는데 하루 종일 댓글 대여섯개도 못 답니까.” 동성애와 난민, 북한 관련 기사에 댓글 달기를 촉구한 그는 “온라인 미디어 군사 3천명이 일어나는 운동에 우리 함께할 수 있길 소원합니다”라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이어 반공주의를 바탕으로 한 철 지난 안보강연이 4시간 동안 이어졌다. 6시간 동안 내리 강의를 들으니 머릿속에 줄곧 안보와 전쟁이라는 두 글자가 맴돌았다.

첫날 반공주의 세례를 받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이튿날엔 ‘댓글 달기’ 실전 강의가 진행됐다. ‘인터넷 선교사’로 스스로를 소개한 장아무개씨가 강사로 나섰다. 그의 강의는 가장 기초가 되는 포털 아이디 만들기부터 기사 검색 방법, 댓글 달기까지 이어졌다. “(네이버에서) ‘강제북송’이라고 치고 클릭할게요. 기사가 나오죠. 이 기사 보세요. 댓글이 하나도 없어. 호호호. 한국 사람들은 예스가 많으면 나도 모르게 예스에 쏠려요. 그러니까 우리가 하나의 댓글 결론은 내줘야 해요. 여기 댓글 달아주세요.” 그가 찍은 기사에 댓글이 하나둘 달렸다. 장씨가 예시로 든 것은 국가정보원 기획 탈북 논란이 인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북송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기사였다.

강사는 네이버 ㄱ카페를 소개했다. 그곳에는 ‘지금 막지 않으면 제주도는 테러에 시달리게 된다’ 등의 난민 관련 가짜뉴스가 빼곡했다. 장씨는 게시글을 공유하는 법을 알려주며 “이 카페에서 뉴스를 열심히 퍼 날라 주셔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에스더기도운동 강사의 교육으로 7월25일 수강생들이 단 댓글. ‘전국탈북민인권연대, 탈북민 종업원 12명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다. 네이버 갈무리
에스더기도운동 강사의 교육으로 7월25일 수강생들이 단 댓글. ‘전국탈북민인권연대, 탈북민 종업원 12명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다. 네이버 갈무리
교육 기간이 끝나고, 에스더의 콘텐츠 창고인 ㄱ카페를 검색해봤다. 나와 함께 배운 수강생 아이디로 ‘제주 예멘 난민 반대합니다’ ‘동성애 반대한다’ 등의 게시글과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특히 한 아이디는 ㄱ카페에서 ‘댓글 달아주세요’라는 게시글과 함께 <문화방송>(MBC)의 난민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은 난민에게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댓글 ‘(난민 대신) 자국민 먼저 지켜주세요’가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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