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시절 경찰에 온라인 여론 조작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에 ‘온라인 여론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조 전 청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보고 수사해온 조 전 청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국가정보원, 군에 이어 드러난 경찰 ‘댓글 공작’ 의혹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앞서 <한겨레>가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이 댓글 공작을 벌였다는 사실을 보도하자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치안감을 단장으로 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단’(특수단)을 꾸려 이 사건을 수사해왔다.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 시절 전국 보안사이버요원, 서울지방경찰청 및 경찰서 정보과 사이버담당 등 경찰 1500명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정부 우호적 여론 조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특수단은 조 전 청장이 천안함, 구제역,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정치 사회 이슈 등에 대해 3만3000여건의 댓글이나 에스엔에스(SNS) 게시글 등을 쓰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단은 이중 1만2800여건의 글을 실제로 확보했다.
조 전 청장이 구속되면서 경찰 온라인 여론 조작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밝혀질 지도 주목된다. 현재 특수단은 이번 사건의 최종 책임자를 조 전 청장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이 전 부처에 “국정원처럼 댓글 잘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육성 파일을 발견한 만큼, 경찰의 불법적인 온라인 활동의 윗선이 이 전 대통령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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