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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통령 요구 따른 수동적 뇌물”…형량까지 ‘이재용 판박이’ 신동빈 2심

등록 2018-10-05 22:07수정 2018-10-07 22:1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심서 집행유예 석방]
재판부 “강요 탓 의사결정 자유 제한
뇌물 공여 책임 엄히 묻기 어렵다”
신 회장쪽도 ‘겁박당한 피해자’ 변론
이재용 부회장처럼 징역30개월·집행유예4년
유죄지만 실형 면하는 ‘재벌 봐주기’
그래픽 장은영.
그래픽 장은영.

“피고인이 재벌그룹 총수 일가라는 점, 재판 결과가 기업이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재판에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되고 고려해야 할 사정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5일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의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선고에 앞서 이런 판단 원칙을 밝혔다. 재벌이라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너그러워서도 안 되고 더 엄격해서도 안 된다며 다만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신 회장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읽혔다. 하지만 재판부의 호언과 달리 선고는 ‘신 회장의 집행유예’로 결론이 났다.

면세점 사업 특혜를 기대하고 최순실씨의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1심이 선고한 추징금 70억원도 “해당 금액이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볼 수 없다”며 추징할 수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묵시적인 부정 청탁의 존재를 인정해 제3자 뇌물죄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면세점 사업과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집행 내용, 피고인이 재단에 지원한 70억원이 직무집행 대가라는 점에 대해서 (피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신 회장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피해자’로 보면서 양형이 바뀌었다. 재판부는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원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강요로 인해 의사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지원금을 건넨 피해자에 대해 뇌물 공여의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익 추구 등 대통령이 지원금을 요구한 목적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사회공헌 차원에서 돈을 건넸다는 신 회장 쪽 주장도 받아들였다.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신 회장은 2심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대통령에게 겁박당해 뇌물을 건넨 피해자’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겁박에 의한 피해자’ 전략을 활용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진 셈이 됐다. 앞서 신 회장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뇌물을 건넨 점이 유리한 양형요소라 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이어야 한다”며 “대통령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선처한다면 어떤 기업이든 실력을 갖추려 하기보단 뇌물을 공여하고 싶은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2심 선고 결과는 ‘3·5법칙’을 되풀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5법칙은 법원이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고 2심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며 풀어주는 패턴을 말한다.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도 실형은 면해주는 ‘재벌 총수 봐주기용 판결’이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도 2심에서 신 회장과 똑같은 징역 2년6개월·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한편 이날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사건’ 선고도 함께 진행됐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총수 일가에게 부당급여를 지급했다는 신 회장의 혐의(횡령)를 무죄로 판단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96) 롯데그룹 명예회장에겐 징역 3년 및 벌금 30억원을 선고했지만 고령이어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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