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해 5월 ㄱ주방기구 제조업체 경영지원팀장으로 일하던 이아무개씨는 “일을 그만두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통보를 받았다. 사측이 문제 삼은 것은 노조활동. 사측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독려하고 회사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조장하는 등 노조활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씨에 대한 해고를 의결했다. ㄱ회사에 다니는 일부 노동자들은 2015년 말 전국금속노동조합을 상급단체로 두고 지회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었다.
이씨는 해고 조치에 불복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7월 “해고 사유가 모두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ㄱ업체의 불복으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까지 구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ㄱ업체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ㄱ업체는 소송 과정에서 “이씨가 노사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고 회사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주장했다. ‘경영지원팀장’으로 일하는 만큼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조가 파업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함에도 임금 협상 기간 중 노조의 연가투쟁이 예정된 날짜에 연차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도 들었다.
법원은 ㄱ업체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는 ㄱ업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ㄱ업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행동이 법을 위반했는지를 살펴볼 필요 없이 ㄱ업체가 문제 삼은 이씨의 행동은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씨가 노조 조직과 운영에 관여해 원고의 신뢰에 배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씨가 연차휴가를 낸 것 또한 재판부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회사쪽의 승인을 받았다고 판단하면서 “집단 연가투쟁으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면 연차사용 시기를 변경할 수 있었음에도 이씨의 연차사용 신청을 그대로 승인했다”고 짚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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