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5일 횡령 및 배임, 사기등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항공기 장비와 기내 면세품을 구입하면서 중개업체를 끼워넣어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무자격으로 약국을 설립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00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편취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물컵 갑질’로 논란을 빚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거나 공소권이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남부지검은 2일 “조양호 회장을 특경법 위반(배임, 사기, 횡령),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등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횡령·배임한 금액만 274억원에 이른다. 조 회장의 배임에 공모한 정석기업 원아무개 대표이사 등 3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또한 해외 상속계좌를 신고하지 않아 상속세를 탈루한 한진중공업홀딩스 조남호 회장,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에 대해서는 약식 명령이 청구됐다.
조 회장은 배임, 사기, 횡령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삼희무역, 플러스무역 등 중개업체를 설립해 대한항공의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면세품을 구입하면서 위 업체들을 끼워넣어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이 일부 주식을 소유한 정석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대상이 아님에도 이를 반영해 정석기업에 41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모친등 3명을 정석기업의 임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로 20억원을 지급해 대한항공에 같은 금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무허가로 약국을 개설해 천억대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특경법상 사기, 약사법 위반)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0년 인하대 병원 앞 약국을 세운 뒤 2014년까지 직접 고용한 약사 명의로 이를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양호 쪽이 약국 지분의 70%를 갖고 있었고, 매번 이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아왔다. 또한 약국 운영 상황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조 회장은 2015년 불거진 땅콩회항 사건 당시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으로 대한항공의 자금 17억원을 지출한 혐의(횡령)도 받는다.
조 회장 일가는 선친의 채권을 상속받은 뒤 상속분에 해당하는 해외 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양호·조남호·조정호 회장은 2002년 조양호 회장의 부친 조중훈 전 회장이 숨진 뒤 450억원 상당의 스위스 예금 채권을 법정상속지분비율에 따라 상속하였음에도, 각자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해외 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 계좌 잔액과 프랑스 소재 건물등을 상속하며 상속세 약 610억원을 탈루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끝나 ‘공소권 없음’ 결론이 내려졌다.
한편, ‘물컵 갑질’로 검찰 수사가 이뤄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광고 시사회에서 음료가 든 종이컵을 맞은 피해자 2명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은 탓이다. 검찰은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던진 특수폭행의 경우 법리상 사람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없고, 이를 통해 시사회 업무를 중단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도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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