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8시20분께, 차량이 붐비는 서울 종각과 광화문 일대에서는 ‘빈차’ 표시등을 켜고 도로를 달리는 택시들이 여럿 보였다. 같은 시각 교통량이 많은 마포구 일대의 풍경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택시 2∼3대가 연이어 도로 위를 달렸고, 길가에서는 5분여만에 택시를 잡는 시민의 모습도 보였다. 마포구 합정동에서 택시를 잡던 시민 김희성(23)씨는 “택시파업 중인지 모르고 있었다. 평소와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5~6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택시파업이 18일 새벽 4시부터 시작됐지만,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이날 오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전국 택시노사 단체 4곳이 모인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카카오 티(T) 카풀’ 출시에 항의하기 위해 18일 새벽 4시부터 24시간 동안 파업에 돌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월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한 뒤 지난 16일 운전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비대위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불법 자가용 영업 행위’라며 택시업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택시기사들은 파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개인택시를 모는 조아무개(47)씨는 “파업에 참여할지 말지 결정을 못했다”면서 “파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다. 반반이다”라고 말했다. 종로3가에서 만난 14년 경력의 법인택시 기사 양아무개(51)씨는 “파업이 파업 같아야 참여할텐데, 택시노조가 그간 제대로 한 게 없다”며 “카풀도 문제지만 카풀보다 더 급한 사납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업에 반신반의하는 택시기사들도 ‘24시간 카풀’ 자체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을 보였다. 개인택시 기사 조씨는 “택시교육을 받고 운행는 개인택시들도 서울시의 규제로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일정표를 갖고 운행한다”면서 “24시간 운행할 수 있는 카풀이 있다면 나 같아도 카풀에 지원할 것이다. 택시업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택시기사 양씨도 “택시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데 자가용까지 뛰어들면 더 먹고살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택시 생존권 결의대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택시기사들도 있었다. 마포구 아현동에서 운행하던 개인택시 기사 김아무개(52)씨는 “광화문 집회에 나갈 생각”이라며 “노조에서 문자를 몇차례 보내왔지만 직접 동료기사들을 보면서 의견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오늘 집회가서 분위기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카카오는 큰 기업이고 그에 맞는 책임이 있지 않나. 한다리 건너면 어느 집안에나 있는 택시기사들이 왜 한목소리로 반대를 외치고 있는지 잘 새겨들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오후께 광화문 근처 도심 도로에서는 운행중인 택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임재우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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