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방안을 두고 ‘표현의 자유’ 위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시민사회·인권단체들이 “차별금지법이야말로 가짜뉴스를 고사시키는 결정적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짜뉴스’의 피해자는 성소수자, 난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며 이들에 대한 혐오표현이야말로 가짜뉴스의 핵심문제라는 것이다.
110개 시민사회·인권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7일 논평을 내고 이같이 주장하며 “법무부 방안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짜뉴스로 말할 수 없게 되는 사람들은 성 소수자이고 난민이고 이주민이고 HIV/AIDS 감염인이고 청소년”이라며 “자신의 정체성이 편견과 혐오의 표적이 되는 사람들, 결국 공론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어렵고, 사람이라면 누려 마땅한 권리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사람들이 가짜뉴스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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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짜뉴스가) 과거 간첩을 조작해온 국가를 대신해, 소수자들을 공공의 적으로 조작하고 이들을 희생양 삼아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정부에 “(가짜뉴스)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법무부가 처벌 사례로 내놓은 것 가운데 상당수가 대통령을 비난한 경우”라며 “독일의 경우 ‘가짜뉴스’ 관련 법은 ‘혐오표현 금지법’이다. 우리나라는 대책의 초점이 엉뚱하게 국정운영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혐오표현에 대한 대책 마련이 가짜뉴스 대책의 본질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혐오표현 처벌 근거를 담은 차별금지법 제정이야말로 가짜뉴스를 고사시키는 ‘결정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가 ‘거짓임이 명백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때는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그보다는 폭력성과 인권침해가 명백하고 중대한 사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를 열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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