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업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조아무개씨가 운영한 ‘황제골프’ 인터넷 카페. 서울청 국제범죄수사대 제공.
필리핀 관광객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뒤 현지 경찰 등을 섭외해 체포하고 석방 대가로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뜯어낸 사기 피의자 2명이 국내로 송환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에서 경찰, 가이드 등 현지인과 함께 이른바 ‘세트업 범죄’(범죄 의도가 없는 이에게 기회를 제공해 현지 수사기관이 체포하도록 한 뒤 석방 대가로 금품을 빼앗는 범죄) 혐의(특수강도)로 조아무개(53)씨 등 2명을 국내 송환한 뒤 구속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1일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조씨는 황제골프 투어와 관련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2015년 2월 필리핀에 입국한 4명의 관광객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뒤 체포해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고 석방 명목으로 2612만원을 뜯어냈다. 2015년 4월에도 1명의 관광객을 같은 수법으로 가둔 뒤 2000만원을 받고 풀어줬다.
필리핀에서 세트업 범죄를 저지른 것은 조씨 뿐이 아니다. 정아무개(48)씨는 성매매 알선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 된 2명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 그뒤 이들을 필리핀 관광을 하도록 유도해 2016년 6월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알선했다. 다음 날 아침 정씨는 이들이 머문 호텔에 경찰 행세를 하는 필리핀 남성 3명을 보내 2명을 모두 체포하고 자신의 사무실에 붙잡아 둔 뒤 사건 해결 명목으로 5200만원을 빼앗았다.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체포된 뒤 연락을 할 사람이 조씨와 정씨 뿐이었다. 두 사람은 마치 체포된 상황을 모르는 것처럼 피해자들이 잡혀있는 곳을 찾아와 공범들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하는 척을 한 뒤 사건을 해결하려면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뜯어내는 수법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에서 다른 범죄를 저질러 현지 수용소에 갇혀있던 조씨와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활동하던 정씨를 ‘코리안데스크’(필리핀에 상주하는 한국 경찰)와 협업해 붙잡고 한국으로 송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및 동남아 황제골프투어 등 성매매 관광은 불법이며 현지 세트업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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