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사이트에 올라온 아이피카메라 해킹 피해 장면. 유튜브 갈무리.
‘안심’하기 위해 설치한 아이피(IP) 카메라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본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은 해킹이나 보안 취약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모두 4912대의 아이피 카메라에 접속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훔쳐본 황아무개(45)씨 등 10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황씨는 올 9월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이 잘 지내는지 확인할 수 있게 아이피 카메라로 집안을 중계해주는 ‘반려동물 사이트’를 해킹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이 가운데 일부를 저장해 소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려동물 사이트’ 회원이었던 황씨는 2014년께 아이피 카메라 중계 서비스를 이용하다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피 카메라 로그 기록을 확인해보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접속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황씨는 이런 사실을 ‘반려동물 사이트’나 경찰 등에 알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활용해보기로 했다. 경찰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황씨는 처음에 한, 두 개씩 다른 사람의 아이피 카메라에 접속해 집안을 훔쳐보다가 지난 9월에는 이 사이트 회원 1만5854명의 정보를 해킹한 뒤 1만2215건의 아이피 카메라 접속정보를 확보하고 이 가운데 264대에 불법 접속했다. 황씨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훔쳐본 것뿐 아니라 원격으로 아이피 카메라의 줌을 당기거나 각도를 조정해 원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이를 녹화까지 했다.
중계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보안이 취약한 아이피 카메라에 직접 접속해 다른 사람을 훔쳐본 이들도 있었다. 이아무개(33)씨 등 9명은 인터넷 검색 등으로 해킹 프로그램 다운로드 받아 활용하거나 아이피 카메라의 보안 취약점 등 정보를 입수한 뒤 다른 사람의 아이피 카메라 4648대에 무단 접속해 집안을 훔쳐보고 녹화를 했다. 황씨와 이씨 등 10명이 아이피 카메라에 접속해 상대의 영상을 녹화한 파일은 총 2만7328개로 용량은 1.4테라바이트(TB) 규모였다.
이처럼 대규모 사생활 침해가 있었지만, 피해자들은 누구도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만큼 눈에 띄지 않게 불법촬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황씨 등 10명은 대부분 경찰에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엿보기를 중단하지 못했다”라고 범행 이유를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피 카메라 구입 뒤 초기에 설정된 비밀번호를 반드시 바꿔야 하고 보안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이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집에 있어서 아이피 카메라를 확인할 필요가 없을 때는 불투명한 천과 같은 것으로 카메라를 덮어 놓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덧붙였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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