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고래 합창단원들이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청와대 나들목에서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구호을 외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이날 적폐청산과 블랙리스트 처벌, 문화행정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마친 뒤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2018 문화예술인 대행진’을 진행했다. 이번 대행진 선언에는 문화예술 131개 단체와 개인 2155명이 참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자에 대한 현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하는 예술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131개 문화예술 단체 등이 모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3일 낮 1시께 국회 정문 앞에서 ‘2018 문화예술인 대행진 블랙리스트 블랙라스트’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어 블랙리스트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수립을 촉구했다.
3일 낮 국회 정문 앞에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주관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2018 문화예술인 대행진 블랙리스트 블랙라스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던 문체부 소속 공무원과 전직 공공기관장 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12명에게 ‘주의’ 처분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가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 수사 의뢰 26명·징계 105명)과 비교해 징계 대상자가 대폭 줄어든 결과였다. 그동안 책임자에 대한 엄정 처벌을 요구해온 문화예술계는 “사실상 징계를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린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했고, 같은 범죄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공약했다”며 “그러나 문체부는 지난 9월13일 단 한명도 추가로 징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안’을 발표해 진상조사위의 권고안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예술인들에게 모욕감을 안겼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문화예술인들이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청와대 나들목에서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이날 적폐청산과 블랙리스트 처벌, 문화행정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마친 뒤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2018 문화예술인 대행진’을 진행했다. 이번 대행진 선언에는 문화예술 131개 단체와 개인 2155명이 참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진상조사위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송경동 시인 역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워낙 방대한 내용의 사건이었지만 조사위원들의 미비한 권한, 조사 기간의 불충분, 인력 부족 등으로 사건의 몸통인 청와대와 국정원, 감사원 등 어떤 기관도 조사할 수 없었다”라며 “아직 끝나지 않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적폐청산에 대해 문체부뿐만이 아니라 국회가 직접 나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국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주최 쪽 추산 300여명(경찰 추산 200여명)은 △블랙리스트 불법공모 131명 책임규명권고안 즉각 이행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책임규명이행 축소·왜곡·방해·셀프면책 책임자 문책 △국회의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국회 앞을 출발해 마포대교를 건너 청와대 사랑채까지 8.8km를 행진했다.
청와대까지 행진에 동참한 연극배우 김민주(27)씨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존경했던 선배들의 이름이 오른 걸 보면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상황에 연극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며 “문재인 정부가 블랙리스트 사건을 해결하리라 기대했지만,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행사에 참가한 소감을 밝혔다.
저녁 6시30분께 청와대 사랑채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무용인들의 공연 등 1시간가량 이어진 문화제를 끝으로 이날 행사를 모두 마쳤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과 관련해 오는 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선담은 이정규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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