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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소 검출된 ‘경피용 BCG 백신’…식약처는 생리식염수 검사 안했다

등록 2018-11-08 16:38수정 2018-11-08 20:23

일본은 출하 정지했지만 식약처는 한 단계 더 높은 회수 조처
전문가들 “검출된 비소량을 보면 접종한 유아에게도 문제 없다”
예방 접종을 하는 어린이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예방 접종을 하는 어린이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영아에게 흔하게 접종되는 일본제 경피용 결핵예방(BCG) 백신에서 독극 물질로 알려진 비소가 검출돼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가 회수에 나서면서, 이미 접종을 마친 영유아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비소가 검출된 경피용 BCG 백신의 첨부용액은 백신 원재료인 분말과 달리 식약처가 별도의 검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식약처의 주사약품 검역체계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1살 미만의 영아에게 널리 쓰이는 경피용 BCG 백신에서 비소가 검출돼 회수에 나섰다고 8일 밝혔다. 일본 후생성이 지난 5일 일본제 경피용 BCG 백신의 첨부용제(생리식염수 등)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비소가 검출됐다며 출하를 정지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식약처는 우리나라에 수입된 경피용 BCG 백신(제조번호 KHK147, KHK148, KHK149) 14만여 팩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출하 정지에 그친 일본보다 더 강한 조처다.

결핵 예방을 위해 생후 한 달 안에 맞는 BCG 백신에는 피내용과 경피용 두 종류가 있다. 피내용은 피부에 15도 각도로 주삿바늘을 넣어 백신을 넣는 방식이고, 경피용은 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9개의 바늘이 있는 주사 도구를 ‘도장’ 찍듯 두 번 눌러 접종하는 방식이다. 흉터가 적게 남고 움직임이 많은 영아에게 접종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최근 결핵 예방 접종의 70~80%가량은 경피용 주사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기한테 독약을 줬다” 부모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어

상처도 남지 않고 ‘더 좋다’는 말에 추가로 돈을 내고 경피용 BCG 백신을 맞힌 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번에 비소가 검출된 KH148 백신을 지난 9월 아이에게 맞췄다는 한 부모는 지역 카페에 “무료보다는 좋겠지라는 마음으로 7만원이나 주고 접종했는데 너무 화가 난다”며 “비소는 ‘독약의 왕’이라는데 어리디 어린 아기한테 독약을 줬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부모는 “무료인 피내용을 접종할 생각이었는데 병원에서 ‘자국도 안 남고 요즘엔 다 이걸 맞춘다’며 경피용을 권했다”며 “마음이 심란하다”고 밝혔다. 부모들이 자녀의 경피용 백신을 확인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도우미’에 몰리면서 8일 12시 현재 해당 누리집은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부모들 사이에선 올 초까지 피내용 백신 수급이 부족해 경피용을 맞출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위험을 떠안게 됐다는 불만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6월까지는 피내용 약이 없다고 해서 경피용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며 “146번대 예방접종을 한 것으로 나오는데 147번 이전 것은 백신이 다 소진돼 검사조차 할 수 없다고 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일본·덴마크산 피내용 BCG 백신의 공급 부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경피용 BCG 백신 무료 예방접종을 한시적으로 제공한 바 있다.

■ 전문가·식약처 “접종한 영아에게도 문제없을 것”

식약처는 이번에 검출된 비소가 접종한 영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에 BCG 백신에서 검출된 비소량은 0.039㎍(0.26ppm)으로 1일 허용 기준치인 1.5㎍/일(5㎏)의 1/38 수준이다. 식약처 김달환 연구원은 “이번에 검출된 최대치가 0.26ppm이고 대부분은 기준치 이하다. 이번에 회수에 나선 것은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피내용 BCG 백신이라는 대체품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후생성 역시 BCG 백신은 평생 한 차례 접종하는 백신이기 때문에 이번에 검출된 비소량으로는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출하만 정지하고 한국 식약처처럼 따로 회수 조처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도 식약처처럼 이번에 검출된 양의 비소로는 접종한 영아의 건강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장 식약처가 발표한 수치로는 아이에게 경피용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백신을 맞춘 뒤에 아이들이 보채거나 주변 부위가 붓는 증세가 있어 불안해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는 비소 탓이 아니라 본래 백신 접종 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핵 연구원 관계자는 “비소가 극히 소량이 검출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접종했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백신분말만 검사하고 ‘첨부용제’는 무방비

이번에 비소가 검출돼 문제가 된 것은 경피용 BCG 백신의 원재료인 분말가루가 아니라 첨부용기에 담긴 ‘생리식염수액’이다. 경피용 BCG 백신은 건조 상태인 백신 분말가루를 용액으로 만들기 위해 생리식염수 등 첨부용제에 녹여서 접종하는데, 이 가운데 생리식염수에서 비소가 검출된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들은 이번에 검출된 비소는 생리식염수와 같은 첨부용제의 용기로 쓰이는 유리앰플을 밀봉하는 과정에서 유리앰플에 있던 비소가 생리식염수 액에 녹아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승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 품질과장은 “유리앰플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열로 밀봉해야 하는데, 밀봉하는 과정에서 유리용기에 열이 가해지면 비소가 유출될 수 있다”면서 “일본 후생성 조사 결과, 생리식염수를 만든 탱크 자체에는 비소가 발견되지 않았고, 유리앰프에 담긴 생리식염수에서 비소가 검출됐다. 전후 관계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식약처에서 가루 상태로 들어오는 백신 분말 가루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접종 때 함께 쓰이는 생리식염수 등 첨부용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 과장은 “백신 분말은 늘 항목에 따라 검사를 진행하지만 첨부용제는 대부분의 제조회사의 시험성적서로 갈음하고 있다”면서 “이번 경우도 일본에서 시험성적서로 첨부용제가 적합하다 해서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생리식염수와 같은 첨부용제도 접종 때 함께 쓰이는 만큼 백신 분말과 동일하게 엄격한 기준의 관리와 검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약학)는 “생리식염수에서 비소가 발견됐다 하더라도 결국 사용할 때는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생리식용수도 제품으로서의 약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첨부용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엄격한 기준의 관리와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도 이번에 사각지대가 발견된 만큼 검사체계를 강화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식약처의 김달환 연구원은 “이번에 가루가 아니라 용기가 문제가 된 만큼 내부에서도 개선을 해야 하지 않는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일본제 피내용 BCG 백신 역시 경피용 BCG 백신과 같은 업체에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지면서 피내용 백신도 경피용처럼 비소 독성에서 안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도’를 기준으로 비소 허용치를 측정하기 때문에 용기용량이 훨씬 큰 피내용 BCG 백신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승진 식약차 바이오의약품 품질과장은 “경피용의 용기용량은 0.15ml이고 피내용의 용기용량은 1ml”라면서 “경피용의 경우 적은 용기에 상대적으로 비소가 고농도로 농축되어 있어서 문제가 된 것이지 피내용 백신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 한국에서만 많이 쓰이는 경피용 백신. 왜?

이번에 비소가 검출된 경피용 BCG 백신은 일본에서 개발되어 주로 한국과 일본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피부에 주사를 직접 주입하는 피내용 BCG 백신과 달리 흉터가 적게 남고 접종의 편의성이 높아 일선 병원과 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피용 BCG 백신이 접종이 쉬운 만큼이나 제대로 백신이 주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김창기 서울의과학연구소 전문의는 “피내용은 정확한 양을 주입할 수 있는 반면 경피용은 잘 놓지 못하면 너무 얕게 주사되는 경우가 있어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핵연구원 관계자도 “경피용은 사람이 누르는 힘에 따라서 많고 적게 들어가서 고르게 주입되지 않을 수 있다.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접종하면 9개의 바늘이 고르게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피용 백신을 포함한 BCG 백신 자체가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만 쓰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창기 전문의는 “BCG는 아주 중증결핵만 막는 등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면서도 생백신이어서 균이 과하게 증식해 간혹 부작용으로 염증이 나거나 림프절이 붓는 경우도 있다”면서 “선진국에서는 BCG는 예방 효과도 적은데 괜히 부작용이 생기면 문제가 되니까 필수 예방접종으로 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재우 황예랑 이준희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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