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5월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검찰 주요 간부가 9일 민갑룡 경찰청장을 “시대착오적”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검찰이 일선 수사관을 과도하게 통제해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민 청장의 최근 기자간담회 발언을 문제 삼았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이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업무보고에서 민 청장의 일부 발언을 에둘러 비판했다.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안’ 처리를 앞두고 검-경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재연되는 조짐이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민 청장이 대부분 민주국가에서 당연시되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사법통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최근 기자간담회 발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수사에서 효율성만 일방적으로 강조한 민 청장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범죄진압에서는 효율을 강조할 수 있지만, 수사는 적법한 통제가 필수적”이라며 “민 청장이 민주주의 시대에 사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앞서 민 청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일선 수사관들에게 검찰이 너무 큰 부담을 준다거나 과도하게 통제하면서 수사 의지를 꺾는 등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요소들은 입법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원칙에 따른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핵심 관계자의 말은 민 청장의 이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문문일 검찰총장도 이날 국회 사개특위 회의 업무보고에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사법통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민 청장 등 경찰 지휘부의 인식을 비판한 것으로도 읽힌다.
문 총장은 “검사의 사법통제가 폐지되면 경찰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를 바로잡기 어렵고, 국내정보 등을 독점한 경찰 권력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중앙집권적이고 민주통제가 약한 ‘국가사법경찰’에 대해서는 검사의 ‘사법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수사지휘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28개국이 법률에 명시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제도”라며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등 현대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경찰 수사에 대한 민주통제나 사법통제를 모두 배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민 청장의 발언은 경찰 수사에 사법통제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보여 부적절했다”며 “국회 사개특위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검찰과 경찰 사이에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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