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퇴거’ 마지막날…‘현실’과 ‘이상’ 둘로 나뉜 옛 노량진시장 상인들

등록 2018-11-09 20:25수정 2018-11-14 11:18

수협, “옛 시장 점포 258곳 중 127곳 새 시장 이전 신청”
상인 대책위 “이전 신청 효력 없어 집회 계속 이어갈 것”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옛 노량진수산시장 내 한 점포가 어둠을 밝히기 위해 촛불을 켜놓고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옛 노량진수산시장 내 한 점포가 어둠을 밝히기 위해 촛불을 켜놓고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수협과 갈등을 빚어온 옛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9일 퇴거 ‘최후통첩’에 둘로 나뉘었다. 지난 5일 수협이 ‘최후의 수단’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취한 뒤 벌어졌던 것과 같은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협은 이날 저녁 6시께 “옛 시장 소매점포 258곳 중 127곳이 새 시장 이전 신청서를 제출했고, 131곳은 그대로 남기로 했다”며 “신청을 하지 않은 상인들에 대해선 강제 퇴거 절차를 진행해 새 시장 입주가 끝나는 오는 17일 이후 옛 시장 폐쇄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수협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옛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새 시장 이전 신청 접수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옛 시장 상인들이 채우지 못한 남은 공간은 추가 접수를 받지 않고, 일반에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후 옛 노량진수산시장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평소보다 역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수협이 단전·단수 조치를 취한 뒤 5일 동안 물청소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생선을 팔아 이 시장을 일궜는데, 물청소를 못해 벌레와 구더기가 버글버글 끓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수로 인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화장실’이었다. 손을 씻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변기 물도 내려가지 않았다. 시장 상인 최아무개(62)씨는 “물이 안 나오니 화장실이 너무 힘들다”라며 “이건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인권침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기 문제는 8일 오후 늦게 상인 대책위원회가 발전기를 들여와 시장 내 서너곳에 조명을 켤 수 있게 됐지만, 점포 대부분은 여전히 촛불을 켜 어둠을 밝혔다.

올해 수협의 4차례 명도집행 시도를 무력으로 막아섰던 옛 시장 상인들은 물과 전기가 끊긴 뒤 각각 ‘현실’과 ‘이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옛 시장을 지키고 있던 김아무개(53)씨는 “단전·단수된 뒤 5일 동안 전혀 장사를 하지 못했다”며 “손님이 없어 사람의 온기도 없는데다 전기방석 같은 온열기를 쓸 수도 없으니 더욱 춥다”고 말했다.

‘실리’를 위해 옛 시장을 지켜야 한다며 마지막 투쟁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옛 시장에서 20년 장사를 한 상인 전창배(60)씨는 “수협이 옛 시장 상인들과 협상을 하는 중에 새 시장 상인들이 좋은 자리로 옮기도록 했다”며 “지금 새 시장에 들어가 봐야 우리는 안 좋은 자리에 가야 하는 거다”라고 수협을 비판했다.

같은 시간 새 시장 건물 6층 시장관리부에선 옛 시장 상인 10여 명이 수협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판매자리 입주 신청서’를 쓰고 있었다. 신청서를 작성하는 상인들의 표정에는 착잡함이 묻어났지만, “○층 ○부류 판매자리 ○○번” 식의 ‘희망자리’ 선택란을 놓고 어떤 자리가 더 좋을지 논쟁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옛 시장을 28년간 지켰던 김아무개(54)씨는 새 시장 입주를 신청하는 자신을 “배신자”로 부르며 “내년에 아들을 결혼시켜야 하는데, 수협이 오늘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집을 가압류한다고 해 억지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윤헌주 노량진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새 시장 이전 신청 마감됐지만) 실제 계약을 해야 입주인거지 그 전까지 효력은 없다”며 “수협의 단전·단수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고, 내일과 모레도 집회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선담은 이주빈 오연서 기자 s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