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 사무실이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앞에서 열린 스타플렉스(파인텍) 굴뚝 농성 1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종교인 기자회견에서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 등 참석자들이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종교인들이 보기에 파인텍 노동자들의 문제는 굴뚝 1년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가의 사고방식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존엄성이 충돌하는 문제다.”(남재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12일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국장이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고용승계·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보장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오른 지 일 년째 되는 날이다. 스타플렉스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27일부터 2015년 7월8일까지 408일간 굴뚝에 올랐던 차광호 지회장의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까지 합치면 파인텍 노동자의 ‘굴뚝에서의 삶’은 700일을 훌쩍 넘는다.
‘파인텍 굴뚝 농성 1년’을 맞아 종교인들이 1년째 진전없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12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스타플렉스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전 찬바람 불던 어느 날 굴뚝 위로 올라간 노동자들이 잔인한 봄과 사상 초유의 무더위를 거쳐 또다시 차디찬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읽은 호소문에서 “(1년 동안) 사쪽이 단 한 번도 노동자들을 찾아오거나 협상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게 하루 속히 노동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또 ‘(정부 역시) 건강한 노사문화를 만들어갈 책임이 있다’고 꼬집은 뒤 정부가 파인텍 문제에 적극 개입해달라고 요청했다. 종교인들은 우리 사회를 향해서도 “위험천만한 75m 굴뚝 위에 올라간 이들을 외면한 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괴물 같은 사회는 아니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혜찬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역시 “우리 모두 굴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관심을 호소했다.
굴뚝 위 노동자들의 건강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온 차광호 지회장은 “(두 명 모두) 몸이 많이 좋지 않다. 몸무게가 50㎏을 못 나간다. 백반증도 생겨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30일 굴뚝 위에 올라 두 명의 건강상태를 확인했던 의사 홍종원씨는 “근육도 계속 빠져나가 찬바람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홍기탁 전 지회장의 몸무게는 59㎏, 박준호 사무국장의 몸무게는 49㎏이었다. 두 사람 모두 농성 전보다 6~7㎏가량 살이 빠진 상태다.
이유진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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