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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회 코앞인데…국회에 닿지 못한 ‘장애인·비정규직’ 절규

등록 2018-11-14 16:56수정 2018-11-14 20:48

장애활동 및 취업지원 예산 대폭 삭감
‘기간제법·파견법 개정’ 등 휴지조각
장애인들이 1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사다리와 쇠사슬로 몸을 묶고 농성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장애인들이 14일 오후 국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사다리와 쇠사슬로 몸을 묶고 농성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4일 오후 3시, 국회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에는 장애인 100여명이, 오른쪽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명이 주저앉아 따로, 그러나 동시에 절규했다. “제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절규였다.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쇠사슬을 몸에 친친 감고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맨앞줄에 자리잡은 18명은 차갑고 무거운 쇠로 된 사다리를 목에 걸치고 국회 정문 한쪽 출입구 앞을 막아섰다. 내년도 장애활동지원, 장애인취업지원 등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거나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지원금은 13년째 예산이 동결되었다. 장애인단체들은 내년 4월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이들이 국회 출입문을 가로막고 쇠사슬 농성을 벌이는 사이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등은 김태년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이혜훈 의원(바른미래당 예결특위 간사)과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될 뿐, 이들이 원하는 ‘약속’은 없었다.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려 하자 국회 경비직원들이 막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려 하자 국회 경비직원들이 막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비슷한 시간, 장애인들 바로 옆에서는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 텐트를 설치하려다가 경찰, 영등포구청 직원들과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지난 12일 출범한 뒤에 4박5일간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비정규법 악법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그만 쓰개 공동투쟁단’이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단은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한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가로막는 노조법 2조 개정(사용자 개념의 확대) 역시 감감 무소식”이라며 국회를 비판했다. 김수억 기아차노조 비정규직 지회장 등 비정규직 공동투쟁단 대표들은 국회에 들어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원내대표 면담을 요청했으나, 국회 본청 안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만 본청 앞 계단으로 내려와 이들을 만나줬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서는 “만나지 못한다”는 답조차 받지 못했다. 공동투쟁단은 이날 밤을 국회 앞 텐트에서 보내기로 했다.

앞서 공동투쟁단은 불법파견을 저지른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며 지난 13일에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공동투쟁단은 ‘대검까지...무서운 게 없는 민노총’이라는 제목을 단 <조선일보> 13일치 1면 머리기사에 대해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행동한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앞에서 ‘낮은 목소리’들이 울려퍼진 지 1시간여 만에야 국회의원들이 겨우 얼굴을 내밀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장애인들 앞에 나와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면담 요청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면담도 요구하는 중이다.

현대기아차, 아사히글라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자 경찰과 국회 경비직원들이 막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대기아차, 아사히글라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자 경찰과 국회 경비직원들이 막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날 오후 5시, 초겨울의 짧은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이들의 절규에 대한 국회의 제대로 된 ’응답’은 없었다. 한쪽에서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는 장애인들의 절규가, 다른 한쪽에서는 “비정규직 악법 폐지하라”는 비정규직의 외침이 국회 앞에서 내내 맴돌다가 이내 산산이 흩어졌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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