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선일보> 재직 시절 법원행정처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재판을 잘 챙겨봐 달라’고 청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1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법원행정처 관련자들의 전자우편(이메일)을 확보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정황을 파악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2015년 11월19일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임성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부터 전자우편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가 회삿돈을 빼돌려 상습적으로 도박한 혐의를 받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 실형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5억1천만원을 선고한 직후였다.
이 전자우편에서 임 형사수석부장판사는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피고인이 억울하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무죄와 공소기각으로 정리됐다”고 썼다고 한다. 당시 재판부는 장 회장이 2001~201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14차례 이상 상습도박을 한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카지노 브이아이피(VIP) 고객인지, 도박 지속 시간과 판돈 규모가 얼마였는지 등 상습성을 인정할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 상습도박이 아닌 단순도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기각이나 면소 판단했다. 전자우편 내용은 ‘재판부가 일부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지만 피고인의 무죄 주장도 반영돼 다행’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검찰은 장 회장에게 징역 8년에 추징금 5억6천여만원을 구형했다.
이를 수상하게 본 검찰은 전자우편 수신자인 이민걸 전 실장을 불러 그 배경을 추궁했고, 이 전 실장은 “사실 강효상 의원으로부터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 의원은 장 회장 재판이 진행되던 즈음 <조선일보> 편집국장에 이어 미래전략실장과 논설위원을 맡았다.
강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조선일보> 쪽은 관련 내용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 분위기 조성을 위해 <조선일보> 보도의 도움을 받았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행정처가 이런 관계를 의식해 ‘성의’ 차원에서 재판 진행 상황과 결과를 챙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말 대법원은 2015년 행정처가 작성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문건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검찰은 또 동국제강이 조선미디어그룹에 18억원을 투자하는 등 <조선일보> 쪽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검찰은 강 의원을 직접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진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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