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업체들은 이번 수능 국어와 영어 모두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외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악의 국어영역”, “수험생 충격”, “1교시 멘탈붕괴.”
16일 일부 입시업체가 전날 치른 2019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설명하며 내놓은 말이다. 곳곳에 ‘킬러 문항’을 배치한 국어영역에서 1등급 커트라인이 8점 가량 떨어져 수능 평균점을 크게 끌어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입시전문가들은 “최근 10여년간 최고난도였다”고 평가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한 수능 대비’를 수험생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주요 입시전문업체가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2019학년도 수능 영역별 1등급 예상 커트라인’을 보면, 올해 국어영역 1등급은 85~86점 사이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해 수능 뒤 이들 업체가 예상한 1등급 커트라인(93~94점)보다 8~9점이나 낮은 수치다. 입시업체들이 “2005년 현행 수능 체제가 도입된 뒤 주요 영역에서 1등급 컷을 80점대로 추정하는 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어를 중심으로 수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입시에서 상당한 변별력을 가질 것”이라며 “정시에서 인문계는 국어와 수학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체들은 수학영역에서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가’의 1등급 커트라인은 지난해와 같은 92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문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나’의 1등급 예상 커트라인은 88점대로 점쳐졌다. 지난해 92점에서 4점이 낮아진 점수다. 이만기 유웨이입시연구소장은 “수학도 지난해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며 “수능 변별력이 커질 경우, 상대적으로 득점력이 높았던 재수생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도 문제풀기가 만만치 않았다. ‘환경변화 정책’, ‘사회 변화에 따른 유산의 의미 해석’처럼 어려운 지문이 등장했고, 교육방송 연계 지문이 쉬운 문제에 집중돼 중위권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영어영역이 지난 6월 모의고사(1등급 비율 4.2%)보다 쉬웠지만, 9월 모의고사(7.9%)에 견주면 난도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등급을 받는 학생은 전체 수험생의 5~6%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10%였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은 90점 이상 맞으면 모두 1등급이다. 고3 수험생인 변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최근 3년 수능 시험문제를 모두 풀어봤는데, 국어를 비롯해 대부분 영역에서 올해가 확실히 어려웠던 것 같다. 다른 애들도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하더라”며 “영어도 모의고사 때보다 더 어려웠고, 교육방송(EBS) 연계 문제에 대한 체감도 역시 상대적으로 잘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커넥츠스카이에듀 진학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이 ‘불수능’으로 점수가 낮아졌을 거라는 불안감이 있겠지만, 이미 끝난 시험 성적에 집착하는 대신 여유를 갖고 남은 입시전형에 대비해야 한다”며 “가채점 성적으로 수시 때 지원한 학교의 수능최저학력기준 통과를 가늠해보거나, 정시 대비 면접·실기 준비에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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