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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직 대법관·헌법재판관·법무부 장관이 손잡고 쏘아올린 ‘올 젠더와 법 연구소’

등록 2018-11-19 15:27수정 2018-11-19 22:02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 전수안 전 대법관, 강금실 전 장관 모여
젠더적 시각으로 법 연구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
19일 오후 전효숙 전 대법관(가운데), 전수안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손잡고 쏘아올린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이날 모인 전효숙 전 대법관, 전수안 전 대법관, 강 장관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9일 오후 전효숙 전 대법관(가운데), 전수안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손잡고 쏘아올린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이날 모인 전효숙 전 대법관, 전수안 전 대법관, 강 장관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문, 사회, 철학, 종교, 의학 등 어느 하나 젠더에 관련되지 않은 분야가 없습니다. 여러 분야와 교류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법학자와 재야 법조인이 모였습니다.”

성평등을 지향하며 젠더적 시각에서 법을 연구하는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올젠더와법연구소)가 첫발을 뗐다.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67·7기), 전수안 전 대법관(66·8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61·13기) 여성 법조인 세 명이 의기투합한 결과다. 강 전 장관이 이름 붙인 ‘올(ALL)’은 ‘특정하지도 배제하지도 않는 열린 공간’을 뜻한다.

올젠더와법연구소는 19일 서울 중구에서 '젠더와 법, 과제와 전망' 창립기념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출범 소식을 알렸다. 김지형 전 대법관, 석인선 헌법재판연구원장, 정연순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명예교수,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손아람 작가 등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올젠더와법연구소는 젠더 및 법학과 관련된 학술연구, 연구서적 발간, 젠더·인권 분야의 공익소송을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이 이사장을, 전수안 전 대법관이 대표 겸 이사를 맡았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이유정 변호사(법무법인 원·23기)·김진 변호사(법무법인 지향·28기)도 이사진으로 참여한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인사말을 통해 “전효숙·강금실·전수안 셋이서 무언가 함께 해보자는 것은 5년도 넘는 해묵은 생각이었다. 입으로는 재미있는 일을 말했지만, 후배에게 도움되는 일을 찾자는 것이 속내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올젠더와법연구소를 ‘광장’에 비유하며 “여성인권·양성평등만을 위한 광장은 아니다. 모든 성을 아우르는 인권과 행복을 추구한다. 젠더는 그에 이르는 통로”라고 설명했다.

전효숙 전 헌재재판관은 '왜 젠더인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전 전 재판관은 서울지법 부장판사 시절 여성관계법연구회를 만든 바 있다. 전 전 재판관은 “종전에도 공적 영역에서 호주제 폐지 등 가족법 개정을 둘러싼 가부장적 전통과 성평등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과는 양상이 달랐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날 군가산점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 성매매·성폭력 관련 논란 등은 합리적 논거에 근거한 논쟁이 아니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 극단적인 젠더혐오 표현만을 양산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젠더 이슈는 여전히 ‘나중에', ‘부차적'으로 다뤄져야 할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이 젠더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이 젠더에 관한 인식을 잘못해 젠더불평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전 대법관은 △젠더 관련 용어와 이론의 재정비 △젠더평등 교육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9일 오후 전효숙 전 대법관(가운데), 전수안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손잡고 쏘아올린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9일 오후 전효숙 전 대법관(가운데), 전수안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손잡고 쏘아올린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젠더 담론에서 법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윤진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9기), 이경환 변호사(35기), 박수진 변호사(변호사시험 3회)가 패널로 참여했다.

강 전 장관은 대담 과정에서 “성평등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 된 게 20~30년 전의 일인데 그 사이 세대 간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성평등 문제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올해 미투(MeeToo) 사태가 터졌을 때 ‘이렇게까지 성폭력 만연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제도·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경환 변호사는 “국민적 공분이 모이고 나서야 제도 변화가 뒤따르는 현상이 보인다”며 “제도 변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의 에너지가 모였을 때, 법률가들은 그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지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엄중 처벌 여론에 따라 제도가 많이 변화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미투 사태’는 피해자가 기존의 법제도를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촉발된 현상”이라고 짚었다.

박수진 변호사는 “젠더 문제에서 주류 법률 언어를 살펴보면, ‘경험’은 객관적 판단을 해치는 요소로 취급되곤 한다”며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론을 재구성하고 주장을 제기하는 데 대해, 법률가들은 ‘중립성’,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말한다. 젠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부정적 편견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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