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아무개(29)씨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한국방송(KBS) 화면 갈무리
서울 강서구 피시(PC)방 살인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의자 동생을 살인 공범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동폭행 혐의만을 인정해 검찰에 넘겼다. 피의자는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피의자 동생도 살인죄의 공범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온 피해자 유족은 반발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강서 피시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아무개(29)씨는 살인 혐의, 동생(27)은 공동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살인 공모’ 논란이 제기됐던 피의자 동생을 공범으로 단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의자가 흉기로 피해자를 찌를 때 동생이 형을 잡아당기거나 형과 피해자 사이에 끼어들어 적극적으로 형을 제지했던 모습이 시시티브이(CCTV) 영상에서 확인됐다”며 “피시방 손님 등 목격자들의 진술도 일치하는 등 피의자 동생이 피해자 사망을 예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살인이나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하기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동폭행 혐의를 인정한 것에 대해선 “동생이 피의자와 몸싸움을 벌이던 피해자의 허리 부위를 양손으로 잡아당기는 행위를 싸움을 말리려는 의도로 보기 어려웠고, 힘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앞서 지난 15일 피해자 신아무개씨의 유족과 변호인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과 충돌한다. 쟁점은 시시티브이 영상에서 피의자 김씨가 신씨를 흉기로 찌르기 시작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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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쪽 변호인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장 영상에는 피의자 김씨와 피해자 신씨가 몸싸움을 하다가 키가 175㎝가량인 김씨가 190㎝ 정도인 신씨의 머리를 왼손으로 붙잡고 자신의 가슴께 높이까지 내린 뒤 오른손으로 신씨의 목 뒷덜미를 꿀밤 때리듯이 망치질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때 동생 김씨는 신씨의 허리춤을 양쪽 팔로 붙잡고 있었고, 신씨는 이때부터 다리가 풀리고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이후 신씨는 바닥에 쓰러졌고 형 김씨가 손을 번갈아가며 흉기로 신씨를 계속 찔렀는데, 동생 김씨는 이때부터는 형 김씨를 말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부검 결과 흉기에 의한 피해자의 상처는 목 뒷부분에 집중되어 있는데, 피해자가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쓰러져 숨져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누워 있을 때만 흉기로 찔렸다는 전제로는 상처가 목 뒷부분에 집중된 점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족 쪽 김호인 변호사는 “신씨가 서 있고 형 김씨가 망치질하는 것 같은 동작을 할 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며 “칼을 꺼내서 목을 찌르는데 살인이라는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 건 동생 김씨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의자 김씨가 최초로 흉기를 꺼낸 정확한 시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1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공개한 영상 판독 결과를 종합하면, 경찰과 유족 쪽이 확보한 시시티브이 영상은 계속해서 작동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물의 동작이 감지되어야만 녹화가 실행되는 ‘이벤트 모션’ 방식으로 녹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피의자와 피해자가 사각지대에 있었던 34초간의 영상은 포착되지 않았다. 영상 분석에 참여한 경찰 관계자는 “(영상 재생) 50초경 피의자가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고 뒤로 넘어뜨려 제압하는 과정까지 분석했는데, 그 뒤 프레임이 끊어졌지만 (화면을) 연속적으로 봤을 때 흉기로 보일만 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며 “(34초 뒤) 화면에 피해자가 다시 나타났을 때 흉기로 추정되는 물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족의 주장과 달리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완전히 제압된 이후에 흉기로 보이는 물체가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피해자 유가족 쪽은 이날 오후 경찰의 수사 결과와 관련해 공식 입장문을 내어 철저한 추가수사를 요구했다. 이 입장문에서 유족은 “경찰의 입장은 피의자 김씨가 피해자를 완전히 제압하기 전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는 것일 뿐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유족이 흉기로 추정하고 있는 영상 속 ‘검은 물질’을 경찰이 ‘피의자 김씨 후드티에서 나온 끈’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해당 물질이 (유족의 주장인) 흉기가 아니라면, 실제 후드티 끈의 길이 등 보다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유가족 변호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찰의 발표에 대해 “피의자 동생이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다는 소식을 하루 먼저 접했다”며 “유족들의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다.
선담은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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