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설립 17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가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에서 설립 17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의 염원과 노력, 사회적인 공론화, 그리고 창의적인 방식의 사회적 외침이 필요하다.”며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는 분들이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힘을 받아 인권위도 힘있게 치고 나가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또 “인권위가 17년 전 사형제 폐지를 처음 주장했을 때는 사형제가 없는 세상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사형제 없는 사회를 꿈꿨고 인권단체들과 힘을 모아 사형제 폐지를 공론화하고 있다”며 “조금 늦지만 (인권위가) 가는 길에 빛이 보이고 달라지고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인권위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인권위는 애증의 기관”이라며 “국가권력이 인권을 침해했던 과거를 청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긴 기간 인권위는 꼴도 보기 싫었다. 하지만 여러분이 어려운 시간을 지켜왔다.”며 “인권위의 결정으로 새로운 인권의 기준들이 만들어질 텐데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 성차별 사건 진정인인 김승하 전 케이티엑스 열차승무지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인권위 설립 17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1년간 여성단체 등에서 3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거리에 나섰다”며 “여성 혐오가 없는 사회, 성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2006년 5월 해고된 뒤 4000일을 넘게 싸운 뒤 최근 복직을 앞둔 김승하 전 케이티엑스(KTX) 열차승무지부장은 “(인권위가)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이 돼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인권 보호 및 신장에 공헌한 단체와 개인에 대한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식’도 이어졌다. 강원도 원주에서 청소년 인권교육을 해온 성인권교육 강사 엄영숙 씨 등 5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또 인권위는 최근 검찰의 ‘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 신청’ 등 ‘세상을 바꾼 인권위 결정’ 30개를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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