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음주사고 양형기준 높이고 처벌 강화하면 뭐하나”

등록 2018-11-23 20:29수정 2018-11-23 21:29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 ‘음주운전’ 적발 법조계 반응
대법원·법무부 ‘엄벌’ 방침 정면으로 거슬러 “어이없다”
“저녁자리 성격·식사비용 등 철저 조사 뒤 투명 공개해야”
청와대 행정관 갑질·경호처 직원 술집 폭행 다시 짚으며
“오만해지지 않았나 자성하고 근무기강 바로 세워야” 지적
‘갑질논란’ 행정관은 “문제 없다” 지난주 슬그머니 업무복귀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 <한겨레> 자료사진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 <한겨레> 자료사진
김종천(50)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23일 알려지자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청와대의 근무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공직기강 차원에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법원이 ‘윤창호 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사고를 낸 형사범들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처벌 강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지자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와 경찰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김 비서관은 이날 0시35분께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한 음식점에서 청운동 주민센터 앞까지 약 100m 거리를 차를 몰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20%였다. 음주운전 기준인 0.05%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김 비서관을 직권 면직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고민정 부대변인은 “김 비서관은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보고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였던 ‘광흥창 팀’ 출신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뒤 지난 6월 인사에서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①“의전비서관실 회식” 해명했지만…“동석자, 식사비 철저 조사해야”

김 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당시 위치는 청와대 근처였다. 시위가 자주 벌어져 유명해진 청운동 주민센터까지 100m 정도를 운전했다는 게 김 비서관의 주장이라고 한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물리적으로도 그렇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든 행사를 준비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다. 위로 수석비서관이 없어 김 비서관이 청와대 의전 분야에서는 최고 책임자나 마찬가지다.

일부 법조인은 이 부분에 주목하면서 김 비서관의 저녁 식사 자리에 누가 참석했는지, 식사비용은 누가 계산했는지 등을 직무감찰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비서관의 해명을 듣고 그 내용을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의전비서관실 직원 인사가 나 환송·환영 회식을 한 뒤 청와대 직원 2명을 관사로 데려다주려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지만 오지 않자 큰길 쪽으로 운전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를 마무리하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음주 단속 현장에는 대리기사가 도착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이번 일을 비서관 한 사람의 일탈로 넘겨서는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없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음주운전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강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사고가 터진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직무감찰 차원에서 김 비서관의 저녁 자리 동석자가 누구인지, 식사비는 누가 계산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 국민 앞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의 차량에 동승한 2명의 직원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를 지켜보고 징계 절차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음주운전에 윤창호씨가 희생된 뒤 열린 지난달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이제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한다”며 “초범일지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② 의전비서관 ‘심야 업무추진비’ 사용 여부

업무추진비 사용 여부도 관심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9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적절 지출’ 의혹을 반박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된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대통령 비서실 업무 중 외교·안보·통상 등의 업무는 심야 긴급상황과 국제시차 등으로 통상의 근무시간대(월~금, 9시~18시)를 벗어난 업무추진이 불가피하다. 심야 시간대 사용은 야간 국회 및 국가 주요 행사가 저녁 늦게 종료되거나 세종시 등 지방소재 관계자가 서울에 늦게 도착해 간담회가 늦게 시작됨에 따른 것이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에도 기재부의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사유서(별첨) 등 증빙자료를 제출받고 있으며 (…) 집행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김 의전비서관의 업무는 조 수석이 열거한 것 가운데 어디에 해당할까. 김 비서관이 업무추진비로 저녁을 샀는지 여부도 청와대가 조사해서 밝혀야 할 대목이다.

③청와대 직원들 잇단 사고…“권력 믿고 오만” 비판 나와

김 비서관 이전에도 ‘사고’가 있었다.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경호처 소속 5급 직원 유아무개(36)씨가 술집에서 다른 손님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유씨에게 걷어차여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것도 새벽 4시께 벌어진 일이다. 유씨는 폭행에서 끝나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에도 지구대에서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렸다고 경찰이 밝혔다. 유씨는 경찰에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청와대는 그를 대기발령 조처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에는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에 근무하던 정한모 행정관이 경기도 산하 한 공공기관에 전화를 걸어 ‘직권남용성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가 곤욕을 치렀다. 당시 정 행정관은 해당 기관 직원과 9분36초간 통화를 하며 “지금 웃음이 나오냐” “이 양반이 지금 나랑 장난하고 있어?” “그쪽이 통화한 내역, 주고받은 문자 다 한번 볼까요?” “원의 사업 한번 다 떠들어(들추어) 볼까”라고 노골적인 위협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정 행정관을 대기발령하고, 징계 회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정 행정관의 경우 대기발령 사실만 언론에 공개했을 뿐 직무감찰 실시 여부나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날 관련 질의를 하자 “특별한 위규 사항이 없어 지난 주 업무에 복귀 조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경호처 직원 사건은 아직 경찰에서 처벌 수위와 관련한 기관통보가 넘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잇달아 불거진 청와대 직원들의 ‘사고’는 단순 일탈이 아니라 권력을 믿고 오만해졌다는 방증일 수 있다”며 “다른 정부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청와대도 징계절차를 밟게 되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④“양형기준 높이고 ‘처벌강화’ 외치면 뭐하나”

윤창호씨 사건의 충격은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최대 4년6개월을 선고하도록 한 현행 양형지침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9일에는 ‘음주로 인한 감경 또는 가중의 여러 문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음주운전 근절대책 마련 정책세미나’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 송오섭 판사(전문위원)는 “법원도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판결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을 잘 알고 있다. 양형위원회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음주로 인한 범죄의 처벌과 관련해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윤씨 사건 이후 음주운전 사고범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쇄도하자 지난달 21일 직접 청와대 소셜미디어에 출연해 “음주운전은 엄벌주의에 의해 처벌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비서관의 음주 적발 사실이 알려지자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모든 공직자에게 솔선수범해야 할 청와대 직원, 그것도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관이 이런 분위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음주운전을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