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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중전화 앞에 긴 줄…KT발 ‘통신 재난’에 휴일 풍경 ‘아수라장’

등록 2018-11-24 19:02수정 2018-11-25 11:06

21만 가구 인터넷 먹통…휴대전화·결제시스템 마비에 ‘대혼란’
화재 불길 잡혔지만 복구에 ‘1~2일 더 걸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내부에 있는 공중전화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내부에 있는 공중전화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24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평소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던 역사 내부 공중전화 부스 앞에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 주말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이날 오전 발생한 케이티(KT) 통신구 화재로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자 공중전화를 이용하려 줄을 선 것이다. 대략적인 장소와 시간만 약속으로 정하고 인근에서 전화로 만나기로 한 시민들은 인근 카페 와이파이를 찾으러 들어가는 등 혼란에 빠졌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사는 김아무개(35)씨도 “오후 1시까지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예정된 행사에 갔어야 했는데, 스마트폰 인터넷이 불통이어서 지도 앱이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며 “카페에 들어가서 와이파이로 찾으려고 했는데, 카페에서도 ‘우리 역시 케이티라 카드 결제도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길을 헤맸는데, 그나마 도로명 주소를 보고 찾아가서 행사에 5분 늦게 도착할 수 있었다. 행사장에는 에스케이텔레콤 이용자들만 제 시간에 왔다”며 “스마트와치를 보니 1시간 정도 동안 8000보가량 걸었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화재현장 일대에 통신장애가 발생, 인근 식당의 카드결제가 안 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화재현장 일대에 통신장애가 발생, 인근 식당의 카드결제가 안 되고 있다. 연합뉴스

2호선 신촌역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사는 황아무개(25)씨는 “신촌역 인근 카페에 있었는데, 갑자기 카페 와이파이가 끊겼고, 휴대전화도 먹통이 됐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같이 있던 에스케이(SK) 통신사를 쓰는 친구를 통해서 상황을 파악했다”며 “집에 가서 카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도 인터넷과 티브이(TV) 먹통이 됐다. 마치 원시시대에 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케이티(KT) 통신구 화재로 주말인 토요일을 맞아 도심인 홍대입구역과 신촌역 인근을 찾은 시민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약속 시간이 어긋나면서 평소 사람들이 찾지 않던 공중전화에 연이어 줄을 서는 풍경이 벌어지는가 하면, 카페와 식당, 쇼핑몰에서도 결제가 지연되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소방서는 이날 오후 3시25분께 연 브리핑에서 “초기진화는 완료된 상태이며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더는 화재 위험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불꽃은 이제 없으며 재질이 고무라 식는데 시간이 걸리고 연기가 남아 완전진화는 시간이 더 걸린다”며 “오늘 안에는 완전진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이티는 “이동전화의 경우 오후 4시 기준으로 40% 가량 복구했으며 오늘 중으로 60~70%, 내일 아침까지는 90% 이상 복구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유선전화, 인터넷, 카드결제 복구는 통신구의 연기가 빠진 뒤 엔지니어가 진입한 이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1~2일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티는 이번 화재로 기지국 3600개가 손상됐고, 이에 따라 인터넷 연결이 멈춘 가구 수가 21만 가구에 이른다고 밝혔다.

케이티 관계자는 화재원인에 대해 “케이블 손상 후 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소방지설비가 작동했는지는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재가 난 건물의 방재시설에 대해서는 “연소방지설비와 초기진압설비가 모두 갖춰진 건물이었다”고 설명했다. KT는 현재 현장에 이동기지국 15대를 배치했으며, 추가로 30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24일 낮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케이티(KT) 아현지사 화재 현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4일 낮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케이티(KT) 아현지사 화재 현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통신망 복구가 더뎌지면서 쇼핑몰도 통신장애로 ‘패닉’에 빠졌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아울렛은 카드 결제 서비스가 연결되지 않으면서 손님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이 아울렛에서 일하는 홍아무개씨는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2층 매장에서 카드를 들고 1층 매장까지 뛰어갔다 와야 했다”며 “손님들이 오래 걸린다고 화가 많이 났다”고 전했다. 쇼핑을 온 이숙정(26)씨는“8주년된 남자친구의 선물을 사기 위해 아울렛에 왔는데 매장마다 직원이 없어서 의아했다”며 “결제를 하려고 했더니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카드를 맡기고 식사를 하고 왔는데도 결제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아울렛 관계자는 “낮 12시 이후부터 카드 결제가 안 되기 시작했는데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복구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건물에서는 주차비 결제가 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지하주차장 출구를 아예 열어 놓은 곳도 있었다.

배달대행 업체도 큰 불편을 겪었다.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의 용산지사 관계자는 “케이티를 쓰는 배달기사들은 아예 일을 못하는 상황이다. 20~30%의 기사들이 지금 일을 못하고 집에 들어갔다”면서 “보통 주말에 가장 돈을 많이 벌어 가는데 하필 토요일에 사고가 나서 매출 타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장에서 전화주문을 아예 못 받으니까 기사 좀 연결해달라고 내 개인 전화로 계속 연락이 오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임재우 이주빈 장예지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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