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화재현장 일대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25일 오전 서울 공덕역의 한 식당에 통신장애로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케이티(KT)는 국내 초고속인터넷 점유율 1위, 휴대전화 점유율 2위의 회사다. 그런 만큼 케이티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에 따른 개인과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 케이티는 25일 “이번 화재로 통신장애 피해를 본 고객에게 1개월치 요금을 감면해줄 예정”이라며 “감면 금액 기준은 직전 3개월 평균 사용 요금”이라고 밝혔다.
이는 월정액과 부과사용료를 통신장애 피해 시간으로 나눠 6배로 보상해주는 약관상 보상 금액보다 많다. 월 4만원을 냈던 가입자가 이틀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면 1만6천원을 보상받는데, 이번엔 4만원을 돌려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케이티는 감면 대상 고객을 추후 확정해 개별 고지할 예정이며, 무선 고객의 경우 피해 대상 지역 거주 고객을 중심으로 보상할 방침이다.
문제는 통신망이 곧 ‘밥줄’인 소상공인들에겐 이런 보상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휴대전화가 먹통이 돼 ‘콜’을 받지 못한 배달대행기사, 콜센터 기사들이나, 인터넷이 먹통이 돼 손님에게 신용카드를 받지 못한 소상공인들의 간접적인 손해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케이티에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케이티는 이날 1개월치 요금 감면 계획을 밝히면서도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보상은 별도로 검토할 것”이라며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실제 국내에서는 통신서비스 이용요금 보상을 제외하고 영업손실과 같은 간접적인 손해, 즉 ‘특별 손해’까지 보상이 이뤄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약관에 이런 내용이 없고, 이용자 스스로 그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3월20일 에스케이텔레콤(SKT) 가입자 560여만명은 5시간40분가량 송수신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대리운전 기사 등 20여명은 “통신 마비로 일하지 못했음에도 구체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1인당 10만~20만원씩 배상하라는 공익소송을 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에스케이텔레콤은 약관에 따른 배상을 이행했다. 대리기사들이 입은 특별 손해에 배상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동우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케이티가 (특별 손해와 관련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식으로, 예측 가능한 피해 범주로 인정받는다면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예측 가능성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 입증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 실제 손해 규모가 얼마인지 계산해 이를 법원에서 입증해내기가 쉽지 않다”며 “손해액이 크지 않은 경우, 소송 비용을 들여가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것 또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한솔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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