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올 7월5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조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없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74억원에 이르는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10분 만에 끝났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에 열릴 예정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10시20분 조 회장에 대한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의 변호인단은 “아직 증거기록 열람을 제대로 못 한 상황”이라며 기일 연기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내년 1월28일 오후 5시로 정했다.
조 회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정식 재판을 갖기 전 양쪽 주장의 쟁점과 증거·증거 신청을 정리하는 과정인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앞서 서울 남부지검은 10월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배임·사기)과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8가지 혐의를 적용해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조 회장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삼희무역, 플러스무역 등 중개업체를 설립해 대한항공의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면세품을 구입하면서 위 업체들을 끼워 넣어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녀들이 일부 주식을 소유한 정석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대상이 아님에도 이를 반영해 정석기업에 41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모친 등 3명을 정석기업의 임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로 20억원을 지급하면서 대한항공에 같은 금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함께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재벌 회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약사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10년 인하대 병원 앞 약국을 세운 뒤 2014년까지 직접 고용한 약사 명의로 이를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2015년 불거진 땅콩 회항 사건 당시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으로 대한항공의 자금 17억원을 지출한 혐의(횡령)도 받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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