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사진 왼쪽)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론은 언제쯤 내려질까.
검찰이 문재인 정부 인사 두 사람의 수사를 사실상 끝내놓고도 ‘좌고우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검찰 안팎의 시선이 따갑다. 검찰 내부에서도 전 정권 수사와 달리 엄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17일
송인배(50)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지만, 열흘이 지난 26일까지도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혐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로 잘 알려진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 시그너스컨트리클럽에서 2010년 8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모두 2억8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송 비서관은 앞서 진행된 ‘드루킹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 지난 8월27일 검찰에 사건이 이첩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지휘부의 입장은 다르다. 대검 관계자는 “송 비서관이 정치 낭인일 때 명목상 회사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월급조로 돈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게 정치자금법에 해당하는지는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쟁점은 돈의 성격이다. 송 비서관이나 시그너스 쪽은 정상적인 급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 강금원 회장의 절친이면서 시그너스 쪽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강금원 회장이 취업을 못 하고 있는 송 비서관을 딱하게 생각해서 고문으로 위촉하고 생활비로 쓰라고 준 돈이다. 급여였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갑근세 원천징수도 다 했다. 고문이니 상근할 필요도 없었다”며 “만약 이게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면, 의원 출마자들은 어디서든 월급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수사팀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본다. 송 비서관이 시그너스의 급여를 받는 동안 경남 양산 지역구에서 2012년 19대, 2016년 20대 총선에 연거푸 출마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가 받은 돈은 명백한 정치자금이라는 것이다. 송 비서관은 앞서 2004년(17대)부터 시작해 2008년(18대)과 2009년 10·28 재보선 때도 같은 지역구에서 출마했다 낙선했다. 국회의원 후보자가 공식 후원회를 통한 기부 이외의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으면 정치자금법에 의해 처벌된다.
게다가 송 비서관이 담당했다는 시그너스컨트리클럽 웨딩사업부는 실적이 전무했고, 경남 양산이 주 활동 무대였던 탓에 충북 충주에 있는 골프장까지 출근한 기록도 거의 없다고 한다. 검찰은 송 비서관의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송 비서관은 시그너스에서 급여 명목의 돈을 받기 전에도, 그 후에도 줄곧 정치인으로 정치활동을 계속한 만큼 그 돈이 급여냐 아니냐는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 판단에 중요하지 않다. 이름만 걸어 놓고 정치자금을 대준 처벌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며 “특검이 계좌추적 자료를 넘겼고, 웨딩사업이라고 할 만한 실체가 없는 데다 회사를 위해 달리 한 일도 없으니 그 돈이 정치자금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기식(52) 전 금융감독원장의 ‘대가성 외유 출장’ 사건은 송 비서관보다 훨씬 오래됐다. 지난 4월12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배당됐으니, 수사 기간만 7개월이 넘었다. 검찰은 지난 6월15일 김 전 원장을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고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지난 9월 초 “이달 말 안쪽으로 김 전 원장 사건의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아직도 ‘수사 중’이다.
내용이 복잡한 것도 아니다. 김 전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활동하던 2015년 5월,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돈으로 9박10일간 미국·벨기에·이탈리아·스위스를 다녀온 ‘대가성 외유’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3월 한국거래소(KRX) 지원으로 간 우즈베키스탄 출장, 2015년 5월 우리은행 지원을 받아 간 중국·인도 출장도 고발장에 포함됐다.
‘왜 김 전 원장 사건의 결정이 늦어지는지’를 묻는 말에, 대검 관계자는 “김 전 원장 조사 뒤 비슷한 혐의로 넘어온 다른 의원들이 있다. 각 지역구 관할 검찰청에서 진행 중인 이들 사건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한꺼번에 (김 전 원장까지)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과 ‘처벌 수위’를 맞춰 일괄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같은 선거에 출마했다고 해서 선거법 위반 사건을 일괄 처리하지는 않는다. 개별 수사에서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하는 게 정답이다. 모든 사건은 기본적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굳이 다른 사람들과 맞춰 처리하게 되면 ‘물타기’ 같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내 일부 인사들은 지휘부의 태도에 비판적이다. 1년 넘게 계속돼온 전 정권 ‘적폐수사’와 견주어서다. 검찰 관계자는 “지휘부가 이 두 사람 수사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전 정권 수사와 여러 모로 비교된다”며 “지나친 좌고우면은 집권세력이나 검찰 모두에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했다.
부산 출신인 송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였던 ‘광흥창팀’ 멤버로 집권 이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거쳐 지난 6월부터 정무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3월30일 임명 직후 19대 의원 재직 당시 5000만원 ‘셀프후원’ 논란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자 4월16일 사임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