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코스닥 등록업체를 인수한 뒤 허위 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켜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기업사냥꾼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조직폭력배 출신이 포함된 이 기업사냥꾼들은 여러 건의 무자본 엠앤에이(M&A)에 가담한 전과가 있고 일부는 집행유예 기간에 범죄를 저질렀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오현철)는 사채를 끌어다 코스닥 등록업체 ㅇ사를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해 8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ㅇ사 전 최대주주 겸 회장 김아무개(51)씨와 목포새마을파 조직원 출신 이아무개(52)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사채업자 김아무개(68)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16년 5~6월께 연 매출 870억원(지난해 12월 기준) 규모의 연성 회로기관 제조회사 ㅇ사를 인수했다. 112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은 사채로 충당했다. 이들은 액화석유가스(LPG) 수출입업에 진출하기 위해 국외 펀드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하고 산업자원부에 LPG 수출입업 등록을 완료했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8억2천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화장품 사업 진출 등을 소재로 또다시 주가 상승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인수 1년 만에 회사를 팔아 48억원 상당의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이 국외 펀드로부터 받았다는 투자금은 사실상 고리의 사채였고 ‘협력사가 LPG 수출입업 정식 등록을 완료했다’는 말도 거짓이었다.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한 LPG 수출입업은 저장·입하·출하 시설 등을 갖춘 다음 산업자원부에 등록해야 한다. 이들은 시설 건설 계획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2년 뒤 시설을 구비하는 것을 조건으로 나오는 ‘조건부 등록’을 받았으면서도 이를 숨긴 채 주가 부양에 나섰다.
경영권 양도 사실 공시 전인 2016년 5월9일 2920원이던 주가는 ‘LPG 수출입업 정식 등록을 완료했고 한 달 안에 LPG 배급 사업에 나선다’는 허위 보도가 나간 2016년 5월30일 5680원(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검찰 조사 결과, 인수를 주도한 김 전 회장과 조폭 출신 이씨는 고교 선후배 사이로 2012년에도 주가 조작 혐의로 함께 처벌받은 적이 있다. 김 전 회장은 출소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ㅇ사 인수에 나섰다. 이씨와 이씨의 수하 노릇을 한 엠앤에이 브로커 백아무개(42)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증권시장에 조폭이 개입한다는 이야기는 종종 있었는데 이를 확인한 또 하나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