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 선정에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국토교통부(국토부) 전·현직 공무원 등 건설공사 비리에 연루된 3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가운데 2명을 구속하고 28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2012년 9월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과장으로 일하던 유아무개(60)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교량 건설업체 대표인 박아무개(58)씨에게 국토부 공사 발주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원청 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100억원 규모의 교량 점검 시설 설치 공사를 수주하도록 도왔다. 유씨는 이처럼 공사 수주를 도운 대가로 박씨에게 4600만원 짜리 승용차와 향응 등 모두 5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국토부 서기관인 김아무개(51)씨는 2016년 6월께 평소 알고 지내던 방음터널업체 대표인 최아무개(58)씨의 회사가 자신이 관리하던 민자고속도로 공사 하청 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원청 업체에 압력을 넣은 뒤 1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최씨가 수주한 고속도로 방음터널 공사 규모는 60억원 수준이었다.
국토부 고위 공무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하청업체에 일감을 알선해 준 신문사 발행인도 구속됐다. 건설 전문 신문 발행인인 허아무개(55)씨는 2006년부터 국토부를 출입하며 알게 된 고위 공무원들과 친분을 맺은 뒤 여러 하청 업체들에 접근해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2012년부터 올해까지 4억3천만원을 알선료 명목으로 받은 혐의(알선수재, 공갈)를 받고 있다. 특히 허씨는 한 하청업체 대표에게 자신의 아파트 구입 비용을 마련해달라며 1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허씨는 1억원을 주지 않을 경우 자신이 발행하는 신문에 해당 업체를 비난하는 기사를 쓰고 국토부 고위 공무원들에게 악의적으로 말해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방법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허씨에게 식사 접대 등을 받은 공무원 14명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국토부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이밖에도 경찰은 대형건설사 현장소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하청업체 선정 등에 관여하고 300만원에서 9천만원 사이의 돈을 각각 받은 건설업체 직원 8명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이번 사건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특감반) 전원 복귀와 맞물려 큰 관심을 끌었다. 특감반에 파견된 검찰의 김아무개 수사관은 이번 사건 가운데 일부 첩보를 생산해 경찰로 넘겼으며, 지난 10월에는 이 사건의 진행 상황을 직접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물어봤다.
문제는 경찰이 진행 중인 사건에 김 수사관의 지인인 방음터널업체 대표 최씨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 이 때문에 김 수사관의 사건 문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애초 소속기관인 검찰로 복귀시켰다. 또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수사관들의 골프 접대 등 비위를 의심할만한 진술을 들은 뒤 특감반 전원을 검찰과 경찰 등 소속기관으로 복귀시켰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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