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일일브리핑 통해 상대 ‘무능·비리’ 강조
경찰, 조직홍보에 일선경찰 동원 치안공백 우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서로 상대를 헐뜯으며 국가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금도’마저 넘는 치졸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8일부터 일일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일선 검찰청의 사건 처분, 동향과 함께 경찰의 미진한 수사 사례나 범죄사실 등을 알리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 브리핑을 통해 △경찰이 미진한 초동수사로 남편의 간통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자 자살한 주부 △히로뽕 투약을 묵인해준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경찰관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경찰관 연말포상 추천 요구를 거부한 경찰서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검찰은 12일에는 전날 일어난 살인사건을 예로 들며 “주말에 살인 사건이 몇 건 있었다”고 브리핑했다. 이에 따라 몇몇 언론사는 ‘치안 불안’을 주제로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나 확인 결과 8일(목요일)~10일(토요일)까지 모두 4건이 있었는데, 우발적인 단순 살인사건이었으며, 강도살인 등은 한 건도 없었다.
강찬우 대검 공보관은 “전국의 검찰 상황을 공개하라는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을 깎아내리기 위해 브리핑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음주부터 국민 수만~수십만명을 대상으로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와 홍보활동을 시작한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검찰의 네거티브 홍보 방식이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국민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국민이 경찰 수사에 대해 바라는 바를 경청하려고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설문의 주목적이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 입장을 홍보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며, 통계적 신뢰성을 두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설문조사에 일선 경찰관들이 나설 것으로 알려져, 조직의 이익을 위해 치안 인력을 동원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예를 들면, 연말의 각종 모임 주최 쪽에 부탁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들어 보는 방식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검찰의 (법조·건설브로커) 윤상림씨 사건 처리 과정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경찰 수사는 검찰을 거치면서 스크린되기 때문에 공정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검찰 수사는 아무런 통제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씨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박한철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13일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고 했는데, 검찰도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통제를 받고 내부적으로 항고제도 등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공직을 담당하는 사람은 말과 행동에 품격이나 금도가 있어야 하며,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기관뿐 아니라 나라의 위신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김태규 이본영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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